"기름진 살점 하나 드시겠습니까, 부인?" 하고 그가 물었다. 부인 손톱만큼만, 아주 작은 조각을 잘라드리지요." 이 말을 듣자 감미로운 전율이 그녀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새들이 노래를 불렀고, 시냇물은 세차게 흘렀다. - P138
"머리 손질만 해도"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침 한 시간은 족히 잡아먹지. 거울 들여다보는데 또 한 시간, 코르셋의 안을 받치고, 레이스를 달아야 하고, 얼굴을 씻고, 분을 바르고, 실크 옷을 레이스로 갈아입고, 레이스를 꽃무늬 견직물 옷으로 갈아입고, 해마다 순결을 지켜야 하고…" 여기서 짜증이 난 그녀는 다리를 툭 차올리면서 종아리를한두 인치 보였다. - P139
이제 그녀는 시의 영광만을 생각했고, 말로, 셰익스피어,벤 존슨, 밀턴의 위대한 시 구절들이 마치 올랜도의 정신세계라는 성당 탑 안에서 금으로 만든 종의 추가 금제 종을 때리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 P146
그가 말을 할 때 커다란 눈망울들이 툭 튀어나온 그의 두 눈에 고여서, 길고 야윈 양볼의 거친 골을 따라 흘러내렸다 - P160
그리하여 올랜도는 지체 없이 런던 사교계의 바다로 물과 거품을 튀기며 화려하게 출항했던 것이다. - P170
제독, 군인, 정치가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위대한 작가는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어, 그가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믿을 만큼 믿음의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그녀의 본능은 건전했다. 어쩌면 인간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만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75
만약 무장하지 않은 채로 사자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모한짓이라면, 노 젓는 배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면, 성바오로 성당 꼭대기에서 한 발로 서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면, 시인과 단 둘이 자기 집으로 가는 것은 더욱 무모한 짓이다. 시인은 대서양과 사자를 합쳐놓은 것이다. 대서양이 우리를 삼켜버린다면 사자는 우리를 물어뜯는다. 사자의 이빨에서 빠져나온다고 해도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환상을 깨뜨리는 사람은 야수이고 홍수이다. 환상은 영혼에 대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와 같다. 그 부드러운 공기를 걷어내면 식물은 죽고 빛은 사라진다. 우리가 걷고 있는 지구는 타버린 재가 된다. 우리가 걷는것은 이회토泥灰土 진흙이고, 뜨거운 자갈에 발바닥이 탄다. 진실은 우리를 파멸시킨다. 인생은 꿈이다. 깨어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한다. 우리에게서 꿈을 빼앗아가는 사람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다 ㅡ (마음만 먹으면 이런 식으로 여섯 쪽은 계속할 수 있겠지만, 글이 지루하니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 P180
우리는 마치 포프 씨의 혀가 도마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는모습을, 그의 눈이 반짝이는 모습을, 그의 손이 떨리는 모습을, 그가 사랑하고 거짓말을 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직접 본 듯이 알수 있다. 간단히 말해, 한 작가의 영혼의 모든 비밀이, 그의 인생의 모든 경험이, 그의 지성의 모든 자질이 그의 작품에 대서특필돼 있는데도, 비평가나 전기작가들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어야한다. 전기문학이 터무니없이 번창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들이 시 간이 너무 많다는 사실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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