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묘사법인 ‘의식의 흐름‘은 떠오르는 외면과 내면의 이미지를 일어나는 순서대로 적는 것이다. 따라서 일원적 묘사가 되어 중심인물의 의식만을 쫓게 되므로 자칫 단조로워지기 쉽다. 그러나 조이스는이 에피소드에서 다원적인 동시성의 효과를 낸다. 의식의 흐름에 더하여다른 사건, 다른 의식의 흐름을 조합한 것이다.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서로관련 없는 사건이 같이 나열되는가 하면, A장면이 B C E F로 이어진다든가,
A에피소드에 나왔던 A‘가 D에도 등장한다든가, B에서 잠깐 출연했던 인물이 E에선 주인공이고, 그가 F G에선 다시 엑스트라라든가 하는 식이다. 이것들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면, 하나의 조감도적인 다원 묘사가 될 것이다. 음악으로 치자면 오케스트라이고, 인식 방법 면에서는 신의 눈이다. 자서전적인 작품이라면 원칙적으로 쓸 수 없는 방법이지만, 허구인 소설에선 이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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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오고 있어, 틀림없이, 엉덩이도 주머니도 바로 그의 거야.
커다란 웃옷 위로 헐렁한 푸른 모닝코트를 입고 네모난 실크 모자를 쓴 벤돌라드가, 철교 쪽에서 나타나 당당한 걸음으로 강가를 가로질렀다. 그는 외투 뒷자락 아래로 손을 넣어 북북 긁으면서 두 사람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오자 미스터 디댈러스가 인사했다.
-거기 이상한 바지 입은 사람, 잠시 멈추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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