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 P12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P14

돌 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P29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P36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 P38

별 헤는 밤 윤동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P61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 P67

님의 침묵 한용운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P70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P84

자화상 윤동주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P102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P121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P142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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