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되직한 크림을 주걱으로 깊게 휘젖는 느낌이었다 - P89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 P92

서진의 하루는 새벽에 집 근처 공원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 P93

"뭐 다 써봐야 알지. 열심히 쓰고 있기는 해."
모든 작가는 편집자에게 이렇게 거짓말을 한다. - P120

"뭔데 그래? 나한테만 살짝 알려줘."모든 편집자는 이렇게 작가의 말을 믿는 척한다. - P120

구상을 편집자에게 말할 때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나 초현실주의를 슬쩍 언급해주는 게 좋다. 그러면 편집자는 자기 마음대로 스토리를 상상하기 시작하고 곧 그것을 마음에 들어한다.
"재밌을 것 같은데?"
- P120

난 모든 걸 궁금해하는 프루스트형 소설가잖아 - P123

언젠가 카페에게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 P124

"잠깐, 그런데 그 여자, 뭐하는 사람이라고 했지?"
"너한테 얘기해준 적 없는 것 같은데."
유도신문은 나의 장기이지만 단련된 사람에게는 잘 안 먹힌다.
"알았어. 그럼 다시 물어볼게. 그 여자 뭐하는 사람이야?"
"여군 장교야."
- P125

나는 무려 열세 권이나 되는 책에 모두 사인을 했다. 자신이 낸 모든 책을 초판으로 갖고 있고, 게다가 책 갈피갈피마다 빼곡히 메모를 적어넣은 독자를 싫어하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 P128

그의 침이 내 얼굴까지 튀었다 - P132

"위치가 끝내줍니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와 소호, 이스트빌리지의 중간쯤 되는 지역입니다. 요즘 불쑥불쑥 올라가는 멋대가리 없는 콘도가 아니라, 아주 고풍스러운, 전통의 브라운스톤 아파트입니다. 호두나무 몰딩에, 벽난로에, 하여간 작가가 가서 글쓰기에는 딱인 곳입니다. 근처에 식당들도 많아서 생활하시기 편리할 겁니다."
- P133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거지."
"그거 <대부>에서 돈 콜레오네가 하는 대사 아니야?" - P139

천 페이지가 넘는 요령부득의 소설로 사장을 난처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은 점점 무의미한 만용처럼 느껴졌다.  - P143

 진짜 총은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온다. 유럽의 관광지 성당에들어갔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듯한, 삶과 죽음, 성과 속의 경계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 P143

어쩌면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꿈꿔왔던, 모든 창작자들이 애타게 찾아 헤맨다는 에피파니의 순간일지도 몰랐다. 뮤즈가 강림한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작가가 됐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 P151

수작이면 살려주고 태작이면 사살한다 - P157

마침내 너구리가 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처음보다는 좀 누그러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일까. 인간의 거친 정서를 정화해준다는
"네?"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기요?"
- P157

원래 쓰려던 것을 그대로 쓰는 것. 그건 대중소설, 장르소설이죠. 본래 가려던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비로소 도달하는 것.
그게 문학이죠.
- P158

"완벽한 알리바이? 그거야말로 허상입니다. 반드시 허점이 있게 마련이죠. 작가들도 말이죠. 구상 완벽하게 하고 작품 시작하는 사람들치고 별 볼 일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겁니다. 실패한다는 거죠. 써나가보면 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돼버리거든요. 내가 볼 때 당신은 강박증이에요. 계획한대로 다 돼야 한다고 믿는 어린애란 말입니다. 자, 총 내려놓으세요.
살인이라는 건 말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짓을 함부로저지르면 안 돼요. 인생이 무슨 게임입니까?"
- P163

범죄자와 작가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은밀히 계획을 세우고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계획이 뻔하면 덜미를 잡힌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때로는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다는 점도 그렇지.  - P166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일단 입을 열면 단호하고 냉정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 P176

문인들은 상대의 글에 대해서 말을안 하면 안 했지 호오를 속이지는 않는다. 
- P177

그는 아내의 말에 우쭐하지 않았다.문득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 P177

그런 재킷은 뒤에서 보면 마고자를 걸친 것처럼 맵시가 안나고 후줄근해 보인다. 그가 신은 검정 구두도 코가 하얗게 닳아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나 시인으로서는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라고 할 수있었다. 옷을 잘 빼입은 편집자는 어쩐지 신뢰가 안 간다. 시인이야더 말할 필요가 없고.
- P178

농담은 죽음의 공포를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것이 커트 보니것이었던가 - P178

우리는 모두 어떤 옷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때로 매우 굳건하다 - P190

오랜 해외생활 때문인지 얼굴에 엷은 그늘이 있다 - P195

호기심은 젤리와 같아서 강한 점성이 있다 - P196

죽을 때 죽더라도 약은 팔지 말자 - P199

평판도 나쁘고 친구도 없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나는 그가 밉지 않았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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