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지나가던 택시가 아는 레커차에 연락을한다. 그럼 도로 위의 하이에나이자 진정한 레이서들인 레커차들이나선다. 레커차들의 절대 원칙은 선착순이다. 그래서 레커차는 마치 지구라도 구하겠다는 심정으로 광속 질주를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구급차보다 레커차가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기적이 발생한다. 레이싱에서 우승한 레커차는 사고 차량을 꼬리에 달고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미리 계약된 정비소에 차량을 넘긴다. 정비소는그 대가로 레커차에 20~25만 원씩 이른바 ‘통값을 준다. 그래서 이런 정비업소를 ‘통공장‘ 이라고 부른다. 사고를 알려준 택시에도 5만원 정도 거간비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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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서는 보험금으로 수리한 차량을 직접 정비공장으로 가지고 가서 해체한 후 보험금 지급내역서에 기재된 부품과 수리 내역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았다고 한다. 전문가 15명을 모아 3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약 2000만 원의보험금 사기를 밝혀냈다. 전문가 1명당 하루에 1만4810원 정도 밝혀낸 것이다. 황소개구리 한 마리 잡자고 온 저수지에 청산가리를 푼 셈이고, 수술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 배를 다시 한번 가른 셈이다.  - P51

수사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 쓰는 용어를 익히는 것이다. 그들의 용어를 쓰지 않으면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자들에게 표제어를 꼭 그렇게 정해야 합니까?"
라고 말하면 무시당하지만, "미다시 꼭 그리 뽑을 거요?"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통하는 것과 비슷하다.  - P52

수사가 끝나면 늘 쓸쓸하다. 수사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추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구속된 한 통공장 사장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기름밥으로 먹고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가청을 한 것인데 그게 그리 죽일 죄냐고, 결국 부자들인 보험회사를 위해서 하는 청탁수사 아니냐면서 검찰은 왜 늘 있는 사람들 편만 드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부유했다. 바이에른 주의 상징인 파란색과 하얀색이 교차하는 엠블럼을 단 자동차를 두 대씩이나 굴리고 있었고, 나는 꿈도 못 꾸는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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