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철학자들 글을 꾸준히 읽는다. 그들은 참 괴상하고 웃기고 대책 없는 작자들ㅡ 도박꾼들이다. 데카르트가 등장해 말하길, 이 친구들 지금까지 순 헛소리만 했어. 그는 수학이 절대적이고 자명한 진리의 모형이라고 했다. 기계론이다. 그다음엔 흄이 과학적 인과론의 타당성을 공격하며 등장했다. 이어서 키르케고르, "손가락으로 존재를찔러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 다음은존재가 부조리하다고 주장한 사르트르의 등장. 난 이 작자들이 사랑스럽다. 그들은 세상을 뒤흔든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느라 골머리가쑤시지 않았을까? 이빨 사이로 암흑이 몰려나오며 포효하지 않았을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길에 나다니거나 카페에서 뭘 먹거나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들과 대비해보면 차이가 너무도 엄청나서, 내 속에서 뭔가 뒤틀리며 창자를 발길질한다.
- P16

헤밍웨이에게투우가 필요했던 까닭을 난 안다. 그에게 투우는 삶이라는 그림을 끼울 액자 같은 것으로, 자기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었으리라. 때때로 그걸 우린 잊어버린다. 기름 값을 지불하고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등등에 정신이 팔려서,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다. 제 자신의 죽음이건 남의 죽음이건, 사람들에게 죽음은 충격이고 공포다. 뜻밖의 엄청난 사건 같다. 염병, 어디 그래서 되겠나.
난 죽음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때때로 꺼내서 말을 건다. "이봐, 자기, 어찌 지내? 언제 날 데리러 올 거야? 준비하고 있을게."
- P17

꽃이 피어나는 것이 애도할 일이 아니듯, 죽음도 애도할 일이 아니다. 끔찍한 건 죽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기까지 살아가는 삶, 또는 살아보지 못하는 삶이다. 인간들은 제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제삶에 오줌을 싸댄다. 제 삶을 똥 싸갈기듯 허비한다. - P17

대다수 인간들의 죽음은 짝퉁이다. 죽을 게남아 있어야 말이지.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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