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는 남는 장사다.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세금도 안 낸다. 사기를 쳐도 잘 잡히지 않고, 설사 잡혀도 대부분 쉽게 풀려난다.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긴다. 그러다 보니 한 해에 24만 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
2분마다 1건씩 사기가 벌어지는 셈이다. 사기로 인한 피해액도 매년 3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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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은 어지간해서 죗값을 받지 않는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 설사 구속되더라도 피해자와 외상합의(합의금의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나중에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를 하거나 할인합의를 하면 구속적부심 (피의자의 구속수사가 합당한지를 법원이 판단하는 절차, 구속된 피의자는 검사가 기소 제기를 하기 전까지 누구나 청구할 수 있다)이나 보석으로쉽게 풀려난다. 재판 중에도 피해자 일부에게 합의금을 주는 조건으로 위증을 교사하곤 한다. 그래서 무죄로 빠져나오기도 쉽다. 수사나 재판을받을 때 중병이 드는 것은 재벌이나 정치인에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원래그 초식은 사기꾼들이 만든 비급이었다. 자신이 병들지 않으면 가족중에 누구 하나라도 죽을병에 걸린다. 이 병이 신기한 것은 영어의 몸에서풀려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점이다. 내림굿을 하면 씻은 듯이 낫는 신병과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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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낙담하기에는 이르다.1심에서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구속될 경우 사기꾼의 방어권이 심하게손상될 수 있다는 해괴한 믿음 때문이다. 오랜 실무 경험을 가진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일부 합의라도 하면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실형이 나오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검사 구형량과 동일한 형이 선고되는, 소위 ‘역기 드는 일이 없다. 교도소를 가더라도 가석방을 노릴 수 있고, 형집행정지도 종종 받는다.
이런 천혜의 환경 조성으로 우리나라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처벌을 받은 사기꾼 10명 중 8명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사기범의 55%는 5개 이상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 이건 확실히 비정상이다. 이렇게 사기범의 재범률이 높은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위험과 수익을 비교해 볼때 위험은 무시할 만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는 줄어들지 않고, 사기꾼의 재범은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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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사기군에게 응당한 처벌이 가해진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지닌 배신자 인지 능력은 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바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불신이다. 사법 제도가 극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테니 그 불신이 이른 시일에 해소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이 배신자 인지 능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정한 말이지만, 각자가 알아서 사기를 피해야 한다.
옛말에 ‘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책임하다고 욕하지는 마시라. 그리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기의 공식은 비교적 단순하고 허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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