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모두에게 너무도 예기치 못했던 어떤 일이, 수도원 사회와 도시 사람들이 받은 느낌을 보건대 너무도 이상하고 불안하고 납득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는 것만을 미리 덧붙이겠는데,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도시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불안을 안겨 준 이날에 대한 추억을 아주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을 정도이다....... - P99

오후 3시가 지나기도 전에 내가 이 책의 앞선 편의 말미에서 언급한 어떤 일이 일어났으니, 이 어떤 일은 우리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기대에 너무나 위배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반복하건대, 이 사건에 대한 상세하고 번잡스러운 이야기는 심지어 지금까지도 우리 도시와 도시 근교 곳곳에서 굉장히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 P107

결국에는 그야말로 포만을 모르는 악의로 똘똘 뭉친 심연을 낳는 것이었다. - P111

지금 그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예를들어, 자기 자리에서 음탕하게 눈을 굴리고 있는 라키친이 기대하거나 상상할 수 있을 법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영혼의 거대한 슬픔이 그의 마음속에서 생겨날 수 있을 법한 모든감각을 삼켜 버렸으며, 만약 그가 이 순간 스스로에게 완전히 해명할 수 있었다면 지금 자신이 온갖 유혹과 시험에 맞설 수있을 만큼 몹시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챘을것이다. 하지만 그의 영혼 상태가 아주 흐릿하고 모호하며 슬품이 줄곧 그를 짓누르고 있건만, 그럼에도 그는 어쨌거나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생겨난 하나의 새롭고 이상한 감각에 놀라고 있었다.  - P147

나는 아직도 이 마음과 싸우고 있는 거야. 나는말이야, 알료샤, 지난 오 년간의 내 눈물을 무서울 정도로 사랑해 버린 거야……. 어쩌면 내가 사랑한 건 오직 나의 모욕일뿐, 그 사람은 전혀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 P163

"그만 좀 해, 라키친" 영혼 깊이 고통을 느끼며 알료샤가 일
침을 가했다. "지금 그러니까 아까 25루블 때문에 나를 경멸하는 거지?
참된 친구를 팔았다. 이런 거겠지. 하지만 너도 그리스도가 아니고 나도 유다가 아니야."
- P168

‘착한‘ (‘반드시, 반드시 착해야 한다.‘) 삶을, 그는 매 시각 미친 듯 흥분하여 꿈꾸었다. 그 부활과 갱생을 갈구했던 것이다. 자기가 좋아서 빠져들었던 혐오스러운 시궁창이 너무나 괴로워졌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처한 아주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무엇보다도 장소의 교체를 믿고 있었다이 사람들만 아니라면, 이 상황 아니라면, 이 저주받은 장소에서 떠나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새로 태어날 것이며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그가 믿었던 것이며 그를 애달프게 했던 것이다
- P182

이상한 노릇이다. 이런 결정을 내림에 있어 그에게는 절망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완전 알거지나 다름없는 그가 어디서 갑자기 그 돈을 구하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그 무렵 이 3000을 구할 것이라고, 돈이란놈이 어떻게든 제가 알아서 하늘에서라도 뚝딱 떨어질 것이라고 끝까지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일들이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처럼 유산을 받아 공짜로 손에 넣은 돈을 평생 동안 오로지 써 대고 뿌릴 줄만 아는 사람, 돈을 어떻게 버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념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곤 한다.  - P185

오.. 정말이지 저는 제법 노련한 정신과 의사거든요,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부인, 만약 부인이 노련한 의사라면, 대신 저는 노련한 환자겠지요." 미챠는 억지로 상냥하게 장단을 맞춰 주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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