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이 위험한 말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오기와 내 조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누구 하나 상황을 진정시키거나 멈춰 세우는 법이없었다. 우리는 달릴 줄만 아는 수레바퀴였고, 그 질주는 꼭 바퀴가 망가지거나 수레가 똥더미에 처박혀야 끝이 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태져 똥더미를 향해가는 그런 사이. 하지만 마음만은 기가막히게 잘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기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범인을 내 손으로 잡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상황을 바라만 봐야 하는 건 엿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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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가 차에 태우는 사람들은, 좀 더 경계심이 없고 막돼먹은얼간이들이었다. 이를테면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는 분별없는 어린 애들이나, 잘못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도망자들,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망가져서 겁을 상실한 미친 놈들, 즉흥적으로 길을 나선 술꾼들 말이다. 마을 밖으로 나갈 생각이면서 버스 한 대 없는 밤에손을 들어 지나가는 차를 세우는 자들이야 뻔한 법이니까. 조금 웃긴 것은 정작 내가 차를 세우면 그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훑어본다는 사실이었다. 차를 세우래서 세웠더니 이놈이 대체 왜 이러지? 뭘 잘못 처먹은 놈인가 하고 도리어 나를 의심하는 식이었다. 그런 자들의 허들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목적지가 어디요? 거기까지 가는 건 곤란한데.‘
‘밤이 너무 늦었는데 마을로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겠소?" 장모님 댁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중이라서 그건 좀…‘
하고 몸을 사리면 그들은 도리어 안심하며 내가 지녔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시한 채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차에 태웠고, 그들에게 약이든 음료를 권했다. -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