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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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에서 다시 만난 책.
이 책을 내가 읽었을까 하면서 읽어내려가는데
읽은 듯 안 읽은 듯. 읽을 수록 읽은 것 같다는 생각에 북플을 뒤졌다.
역시나 읽은 책^^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그게 최고의 인생을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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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술 말들의 흐름 6
김괜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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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콤플렉스. 새로운 술을 마셔보고 새로운 연애를 할수록 없어지는 게아니라 오히려 강해지는 콤플렉스. 항상 더 특별한 것,
더 제대로 된 것, 더 용기를 내야 하는 것들이 내 평범한삶의 영역 경계 바로 밖에 보였고 그건 나를 늘 조마조마하게 했다. 다들 하는 것들을 왜 하지 않느냐고, 세상모두가 나에게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냐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신경질 속에서 나의 속도와 나의 기준, 나의즐거움들을 지키며 살기란 뗏목에 화로를 싣고 해협을건너는 것처럼 위태로운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오로지 나다운 내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파업을 하는 양 힘주어 살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승모근이 딱딱하게 굳는 날이 오고,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니 나 말고도 그 술자리를 뜨려고 눈치 게임을 하고 있었던 다른 얼굴들이 보인다. 다들 똑같았구나. 나는 유별났지만, 나만 유별나지도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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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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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스튜디오가 어째서 지금은 주로 사진을 찍고 있는지, 부업으로 작은 빈티지 가게는 왜 하고 있는지,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중요한 건 틀어진 계획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실수들 뒤엔 늘 예상치 못한 배움이 있었다. 말 못할 고충도 뼈저린 교훈도 있었지만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환희도 있었다. 멋이라고는 없는 시작이었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래도 틀리지 않은 방향으로 걸어오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엉망진창일 때가 많다. 처음 해보는 일이 수두룩하고, 해봤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들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내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번듯한 성공담에서 얻을 수 있는 용기가 있듯 우스운 실패담만이 주는 안도가있다고 믿는 내가 하는 이야기. 어쨌든 우리들은 생선을 굽거나 맥주를 따르는 대신 조리개를 조이거나 렌즈를 닦으며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가 스튜디오와 중고 잡화점을 병행하게 된 건 그 후로도 꽤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사실 매일매일 열렬히 꿈꾸던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래전의 경험들이 언제나 내 주변 어딘가에 서성이고 있었다. 말하자면 언젠가부터 내 안에 작은 종자를 심어두고 있었던 셈이다. 그 후의 모든 체험들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이 작은 근원을 싹트고 성장하게 했다. 정말 무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들을 예기치못했던 길목에서 만났다. 그렇게 의지와 상상을 메마르게 두지 않으면 그 씨앗은 어느새 성큼 현실이 되어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삶에 강렬하고 대단한 의지가 있는 편도 아니고 ‘주어졌으니 그럭저럭 열심히 산다‘ 정도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었지만 조심성 없게 나를 써온 대가가 생각보다 컸다. 지금의내게 건강은 정말 중요하다. 여러 가지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무량하지도 않을뿐더러 필연적으로 마침표가 있는 생이니까 그 과정을 좀 더 즐겁게, 가능하면 괴롭지 않게 지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가 아주 소중하고 고귀한 어떤 존재여서가 아니라주어진 나날들에 알맞게 살아가고 싶어서. 나를 아끼고 아껴가며

언제나 나는 그런 부자연스럽고 비현실적인 순간들에 강하게 매료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남기고 싶었다. 일상에서 아주 잠깐씩 찾아오는 장면들. 평범한 하루하루보다는 조금 특별하고 사라지면 정말 있었던가 싶지만 또다시는 만날수 없을 정도로 기적까지는 아닌, 내 기준에서는 찬란한 어떤 찰나들. 막연한 마음으로 조금씩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지만 여전히 나처럼 특색 없고 희미한 표현들을 만들어내고 말뿐이어서 언제나 괴로웠다. 아주 운이 좋게 잘 맞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때로는 어떤 방식이나 공식들을 무시한다.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가능한 선에서 종종 균형에서 멀어지고 싶다. 때로 가공이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고르지 않아도 주저 없이 기록하고싶다. 그래서 사진이 내게 꼭 필요해졌음을 잊지 않는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마음이 때로는 나를 바로잡아준다고 믿는다.

마가렛 버크화이트의 초상을 한동안 홈페이지 메인에 걸어둔 적이 있다. 한눈에 보아도 1930년대의 여성 복식과는 다른 차림의 마가렛 버크화이트가 커다란 대형 뷰 카메라를 들고 씩씩하게 서 있는 사진으로 나의 모종의 바람이 담겨 있는 사진이었다. 늘많이 찍고 오래 찍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많이 찍는 것보다는오래 찍는 사람에게 점점 더 무게를 싣게 된다. 왜냐면 오래 찍으려면 여러 가지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능도, 근력도, 기개도, 운도. 그래서 무리하는 습관을 조정하고 조금씩 더 쉬고, 덜 찍으며 가려고 한다. 철저하게 계획해서 오래오래 찍고 싶기 때문에. 반세기 전의 기세 좋은 사진가처럼, 때로는 욕망을 숨기지 않으며, 흑백 사진 속에서 마가렛 버크화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 인생과 경력은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히 숙고했다." (Mylife and my career was not an accident. It was thoroughly thoughtout.)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아날로그 사진작가숀 오코넬(Sean O‘Connell)로 나오는 숀 펜은 아프가니스탄의 히말라야 산맥에 올라 눈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눈표범을 보고도 지켜만 본다. 그리고 왜 찍지 않느냐는 월터의 질문에 대답한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난 개인적으론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싶지." (Sometimes I don‘t. If I like a moment, for me, personally, Idon‘t like to have the distraction of the camera. I just want to stayi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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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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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했어. 인생은 자신의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고. 자신이 풀어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어. 프로이트는 여자들은 무엇을좋아하는지를 궁금해했고 밀란 쿤데라는 한 번뿐인 인생은 참을만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궁금해했어. 나에게도 늘 반복되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지. "뭐가 문제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이야기들이 좋았어. 이야기들이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야. 당신은무엇 때문에 고생하고 살지요? 당신은 어떤 말에 귀 기울이지요?
당신은 어떤 소원을 가지고 있지요? 당신은 무엇에 고통받지요?
당신은 무엇을 잊지 않고 살지요?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지요? 당신이 엄청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이지요? 이 질문들은늘 나에게 그대로 돌아오곤 했어.
물론 질문만이 좋았던 것은 아니야. 이 이야기들이 좋았던 데는한 가지 이유가 더 있어. 이야기 속 사람들이 질문에 따라 살고 있었기 때문이야. 릴케는 어느 날 젊은 시인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었어. 간곡히 부탁하건대 대답에 따라 살지 말고 질문에 따라 사시길. 왜냐하면 우리는 대답을 따라 살 수가 없으니까.

옛날에 중세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을 믿었다고 해. 그러다가 연옥이란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러자 마음이 급해졌다고 해.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국으로 갈 수도 있고 지옥으로 갈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우리 마음의 실망도 연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실망을 감상적으로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실망의 유일한 문제는 실망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겠지. 실망하지 않으려 애쓰지 마. 아니 실망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않으려 애쓰지 마. 그 실망이 나에게서 왔든 바깥에서 왔든. 내가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겠지. 나 스스로 뭔가를 기억하려는 거야. 내가 그렇게 전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연기할 수는 있겠지. 아주 기가 막히게 말이야. 그러나 어떤 역할을 기가 막히게 연기해낸다고해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 우리들은 사람들을 틀에 맞추고분류하고 싶어서 안달하잖아. 그것이 다 자신을 위해서야. 편하게이해하려고, 누구는 좋은 사람, 누구는 나쁜 놈.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 여러 면이 섞여 있을 뿐이야. 남도 마찬가지고 나도마찬가지고, 타인의 삶은 다 비밀이야."

그녀는 ‘귀가 배지근해진다‘라고 말했어.
"할머니, 귀가 배지근해지는 게 무슨 뜻이에요?"
귀가 배지근하다라는 말은 제주도 사투리였어.
"어떤 말이 아주 귀에 쏙쏘옥 들어온다는 말이야."
"할머니, 어떤 말을 들으면 귀가 배지근해져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을 나눠 갖는 것 아닐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을 시간에 낚시꾼은 버려진 나무를 모으고 깎고 칠하고 무게를 쟀지. 찌가 선물이 아닐 수도 있을 거야.
이 지상에서 선물은 말이야, 자기 자신조차도 완전히 맘대로 할수 없는 시간일 수도 있을 거야. 그 시간 속에서 고민과 이야기와비밀과 눈물과 웃음을 나누다가 공동의 기억과 경험을 만들다가그러다가 함께 변해가는 거지. 우리 할머니의 만 원도 만 원짜리지폐에 불과한 게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우리 삶 전체가 시간이 준선물이란 시각도 있어. 그 관점 아래서 우리 삶은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한 기나긴 과정이 아니야. 선물을 준비하느라, 아니 선물이 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는 과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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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사람 - 나를 지키며 더 나은 일과 삶을 향해 나아가는 법
최갑수 지음 / 얼론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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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나는 여행이나 사진에세이집을 주로 읽었다. 내가 자주 읽었던 여행에세이의 작가 최갑수가 쓴 여행이 아닌 작가로서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온 그의 노하우들이 담겨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으로 가는 습관을 들이고, 오타와맞춤법을 확인하고 마감을 지키는 일, 우리가 실천하는 이런작고 기본적인 일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모여 거대한 피라미드가 되고 만리장성이되는 것이죠.
디테일이 모여 스펙터클이 완성됩니다. 우리의 지루하고,
고단하고, 고독한 하루하루가 모여 우아한 일생을 만듭니다.

지금 힘들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남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면, ‘지금은 때가 아니야. 운이 안 좋을 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잠시 쉬어갑시다.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자신의 힘으로 수평선 너머 보이는 섬까지 헤엄쳐 가겠다는신념만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있을 것입니다.
먼저 도착한 누군가가 해변에서 손을 흔들며 "어이, 거의다 왔어, 끝까지 힘내" 하고 소리치며 우리를 힘차게 응원해줄 것입니다. 질투할 시간에 실력과 체력을 키우는 게 훨씬 이득 아닐까요. 하나둘, 하나둘 열심히 팔을 젓다 보면 따뜻한해변에 등을 대고 누워 흰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기분 좋게올려다볼 날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얼마 전, 모니터용 새 안경을 맞췄습니다. 눈이 많이 나빠져서 모니터가 흐릿하게 보였거든요. 노안이 왔나 보다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가까운 것들이 흐릿하게 잘 안 보이더군요. 새로 맞춘 안경을 쓰니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제는 가까이 있는 것들, 옆에 있는 것들을 잘 챙겨야 하는나이가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멀리 봐야 하는 나이가 아닌거죠.
지금까지 가질 수 없는 것들은 어쩌면 영원히 가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가진다면 운이 좋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을 손에 더 꽉 쥐고, 더 잘 들여다보고, 더 꼭꼭챙기고 살아야겠습니다. 다시 스케줄러를 봅니다. 마감과 강연, 방송 일정 사이에 챙겨야 할 생일들이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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