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한다.우리, 가던 길로 천천히 같이 가는 것,늘 여행하듯 살아가는 것,밥 먹었는지 챙겨주는 것,추울까봐 걱정되는 것,이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있을 사람을 상상하는 모두 나에겐 기적이고 행복이다.
나에게 뮤지션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아득하고 멀었다. 동경하는 마음이 커지는 만큼 도리어 현실감이줄어들어 최소한 실제 내 삶에서는 뮤지션이 될 방법이없을 것만 같은 느낌, 선택받은 엄청난 존재들만이 상상도 못 할 방법으로 뮤지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의 안개가 점점 짙어졌다. 그런데 또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고 환상의 존재로 느껴질수록 음악은 더 아름답게 들리며 좋아하고 추앙하는 마음이 계속 커지다보니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 역시 자꾸만 깊어졌다.
"아인말 이스트 카인말 Einmal ist keinmal." 한 번 일어난 일은 전혀 없었던 일과 마찬가지라는 독일 격언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남자주인공 토마시가 곱씹는 말이기도 하다. 이 독일 격언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므로 우리의삶도 없었던 일이 된다. 인간 삶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우리의 인생이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은 양쪽으로 튈수 있다.인생을 단 한 번 산다면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인생을 단 한 번 산다면 결코 아무렇게나 살 수 없다.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등장하는 가벼움과무거움의 대비는 이런 의미다. 인생이 한 번뿐이므로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이 가볍게,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이 무겁게 다가온다.
가벼움과 무거움도, 행복과 불행도, 모두 이어져 있다.이 고약하고도 묘한 진실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참고로 나의 선택은 ‘맥주 나라의 특별한 주문‘이라는 글에 등장했던 말, "나단, 프로스트!Na dann, Prost!" 다.
19세기에 이르면서 독일에는 "Na dann, Prost! (나단,프로스트!)"라는 말이 생긴다. 반갑지 않은 일이 닥쳤을때, 거기에다 여유롭고 의연하게 잔을 들어 건배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일어날 일을 막을 수는 없으니 마시던 잔을 꺾지 말고 계속 마시자는 뜻. 한때 유행했던 ‘KEEPCALM‘ 시리즈 중에서 ‘Keep calm and drink beer(진정하고 계속 즐겨)‘와 비슷한 슬로건이랄까. 삶이란 건 어쨌든‘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이다. 반갑지 않은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에게는 맥주가 있고, 함께 잔을 들어줄 사람이 있고,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들이 있다. Prost!
우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지만 그게 좋았다.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우리가 조금 더 너그러워지면 좋겠어. 우리도 여러 번 용서받았다는 걸 기억하면서.냉소는 쉬워. 품이 드는 건 너그러워지는 쪽이지. 오해를마다 않기로 하는 사람이 더 넓은 이해에 가 닿을 수있으니까. 그리고 인간은 전부 다르게 뾰족하잖아. 우리가 일관된 방식으로 뾰족했다면 그 많은 아름다운 공원, 악기,책, 사진이 전부 강박적으로 똑같이 생겼을 테지. 얼마나 끔찍하니.
그런데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거지?남아 있는 문장은 나 대신 계속 살 거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던 적 있는데, 죽음 이후를 짧게나마 경험하고 나니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든다. 살아 있을 때 삶은 가장 유효하다. 지금 손에 잡히는 것들을 움켜쥐어야지.그때그때 우릴 흔드는 풍경에 골똘해져야지.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의 감정을 되찾는다.
이렇게, 자신이 뭔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헤아리다 보면스스로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자기 자신에게 한 뼘 더 다가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모른다. 나를 알고 또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어째서중요할까. 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했다. 물론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 꼭 세상과의전쟁이거나 누군가와 승부를 겨루는 일이라고 할 수는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어서 불필요한자책을 하지 않게 되거나 타인을 좀 더 이해함으로써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그런 멋진 일을 생의 작은승리라 부른들,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니지 않을까.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다 보면 상대에 대해 보다너그러워진 마음은 점점 더 큰 이해를 불러오고, 이해를하는 만큼 원망은 계속 줄어드니, 그야말로 모두가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할까?그런 이해의 위력을 알게 되고 나서 나는, 그친구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와도 크고 작은 비슷한 상황에처할 때마다,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은 채살아가기보다는 가급적 이해를 하려 애를 썼다.상대가 예뻐서가 아니라 순전히 내가 살기 위해,조금이라도 이해할 만한 구석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이다.그래야 누굴 미워하는 지옥 같은 마음을 가진 채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그러니 누굴 이해한다는 건 우선 그 누구보다 나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가편해지기 위해서라도 남을 이해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몇 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