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루미, 「여인숙 전문

루미의 시는 이렇게 묻는다. 오늘 너의 기분은 어땠는지? 마음속으로 어떤 손님이 찾아왔는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잠자리를 구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내다가 떠난 고마운 손님이었는지, 이불이 더럽다고 화를 내느라 밤새 잠들지도 못하다가 급기야 집을 부수기 시작했던 난폭한 손님이었는지. 네 마음속으로 그 어떤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해도 너는 언제나 너일 뿐,
그 손님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네 마음속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기꺼이 맞이하기를. 그가 어떤 사람이든 화를 내거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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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쓰고 일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데 헌신해도 모자랄 판에 곧바로 읽지도 않을 책, 그것도 케케묵은 헌책 따위를 사들이느라 길에서 시간을 흘려버리는 나를 본다면 누군가의, 아니 대부분의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눈에 나의 그 시간은애타도록 아까울 것이다. 그들의 기준에서 그것은보람 있게 쓰이지 못하는 시간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시간의 가치는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르게 생긴 것과 같이 저마다 다르다. 나에게 헌책을사들이느라 들이는 시간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지만-헌책방 주인에게는약간 가져다준다-그렇다고 누구에게 손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그것은 순한 시간이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짧아지는 인생에는 그런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차피 내가 사들여 가지고 있는 책을 다 읽지못하고 죽을 것이다. 내가 나의 순한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니 포기한다 해도 이미 글러먹은 일이

다. 다만 나는 사들이는 만큼 읽지 못하는 나 자신의 오래된 게으름이 자주 못마땅할 뿐이다.
서재는 반드시 우리가 읽은 책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언젠가 읽게 될 책들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그렇습니다. 이 점을 명확하게 지적한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었죠. 서재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책들이죠. 그것들을 영원히 못 읽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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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은 상품에서 찾을 수 없는 걸까.
이 작가의 책은 12월에 한 권 읽었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글에서 잠깐 나와 이름을 기억하는데, 이지수 작가의 산문집에도 이 작가의 글이 인용되었다.
그 작가의 산문이라기에 빌려온 <잊기 좋은 이름>

이지수 작가의 글에 인용된 글이 이 책에 나온다.
여유로운 살림이 아닌 작가의 어머니가 식당 홀에 피아노를 사주거나 특이한 그릇과 카펫을 주문하는 것을 추억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로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이 부분에서 이지수 작가의 책에서도 공감했듯 김애란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반성한다. 그러지 못한 나의 날들에 대해. 나의 삶에도 가끔은 그렇게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들수 있도록. 그것이 어떤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때론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추억해야 할 시절도 있을테니까.

˝문학은 하나의 선을 편드는 문학이 아니라, 이제 막 사람들 앞에 선 당선자의 허영, 그 헛폼 안에조차 삶의 이면을 비출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손들어주는, 여러 개의 팔을 가진 문학이었다. 그 팔 안에서 나는 여전히 실수하고, 깨닫고, 배우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전부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어리석어, 같은 실수를 다시 하며 살아간다. ˝

˝어딘가 틈이 많은 사람들. 그러나 가늘게 빛이 새어 나오는 문처럼, 문 안쪽 어둠을 가까스로 밀고 나와, 우리도 미처 몰랐던 마음의 테두리를 보여주고, 어느 땐 어둠을 극장으로 바꿔 주기도 하는. 그런 틈을 가진 인물들을요.˝
˝이따금 제겐 소설이 산처럼 느껴집니다. 제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선에 대한 무엇처럼요. 그럴 땐 선배들이 그 산을 휘감고 도는 물처럼 다가오곤 합니다. 산속과 산 둘레, 그리고 바깥에서 편안하게 졸졸 흐르며 ‘조금 쉬어 가도 괜찮다‘라고 일러주는 시냇물처럼요. 성희 선배의 소설 또한 제게 말합니다. 산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저 안에 살아 있는 것들이 많다고 산짐승도 있고, 야생화도 있고, 등산객이 버리고 간 재밌는 물건도 흔한 데다, 심지어 할 말 많은 귀신도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종종 그 안에 발 담그고 목 축이며 정신을 차립니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윤성희 작가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기록해본다.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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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2500년 철학자의 말들로 벼려낸 인생의 기술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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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 인생이라는 학교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 일상적인 행동과 관련된 문제에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고 적절한 목표와 수단을 선택하는 것, 살면서 지식과 경험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주어진 하루를 더 뜻깊게 보내는 것,
지성은 지혜에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아는 것, 영리함과 교활함은 지혜가 아님을 아는 것, 지혜로운사람은 악할 수 없으며 악한 사람은 지혜로울 수 없음을 아는것, 자신의 신념과 의견을 의심할 줄 알고 의심하는 행동 자체도 의심하는 것. 인생의 매 순간에 담긴 엄청난 불확실함을 받
‘아들이는 것,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지만 옳음에 ‘집착‘하거나 타인에게 도덕성을 설교하지 않는 것,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연민을 가지는 것, 고통이 항상

행복의 반대가 아님을 알고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지만 생각만큼 불행하지도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바보들과 논쟁하지않는 것,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굴지 않되 (그건 바보 같으니까) 지나간 모든 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거짓 겸손을 피해 겸손할 줄 아는 것, 밤하늘의 별은물론 흔한 꽃 한송이, 나비 한 마리에도 감탄할 줄 아는 것.
죽는 날까지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많음을 아는 것,
영혼이 육신보다 빨리 늙지 않게 하는 것. 항상 똑똑해지려 하지 않고 너무 똑똑해지려 애쓰지도 않는 것,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의미를 찾지 못했어도 잘 살아가는 것. 

간단히 말해서,
알맞게 사는 것,

모든 것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사악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산다면 아무리 교활하고 잔인한 짓을 저질러도 나머지 사람들과 분리하고 멸하면 될 일이다.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선과 악의 경계는 사람들 사이에 그어져 있는게 아니다. 그 경계는 모든 사람의 심장에 있다. 자기 심장을파괴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아무리 사악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선한 구석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고 가장 순수하고 선한 마음이라도 아주 작은 악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법이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중

삶보다 위에 있다고 느끼며 살아라. 재앙을 두려워하지 말고행복을 갈망하지도 마라. 고통은 영원하지 않으며 달콤함은절대로 넘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라.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2

길버트의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2007년 영국왕립학회의 과학 도서상을 받았다. 제목의 "비틀거리다 stumbling"는그 의미를 신중하게 재서 선택된 단어였다. 길버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상황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예측할 수 없으며 결국 행복을 우연히 또는 행운에 따라 마주칠 것이다. 어쩌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또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외의 따분한 곳에서 말이다.
우리는 ‘심리적 면역력‘ 덕분에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기분이 좋을 수 있다. 재앙이 닥쳤을 때도 적절한 때에 다시 우리의 기분을 끌어올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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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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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읽어야 할 책 목록 메모에 있던 책.
책 제목은 조금 잔인해보이기도 했지만 내가 읽었던 책의 작가들이 꽤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서 기록해둔 것 같았다. 그러다 최근에 읽은 하임 샤피라가 쓴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에서 또 이 책을 만났다.
드디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은 세계 2차 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20대의 경험을 30년이 지나 글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들을 떠올렸다. 내 삶에서 도려내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꺼낸다는 것. 보통의 사람이라면 지웠을 거다. 어떻게든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아픈 과거는 망각된다. 30년간 지웠다 떠올렸다 아팠다 지웠다 썼다 반복하며 쓰기보다는 지우기를 더 많이 했을 이 글을 쉽게 읽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글을 읽는 내내 지우고 싶은기 기억을 다시 꺼낼 수 밖에 없던 쓰는 사람 커트 보니것을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쓰는 사람 작가는 용감하다고 생각했는데 커트 보니것 앞에서 용감하다는 말이 가벼워진다.
감히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전쟁. 그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무거울 수밖에 없는 그에 얽힌 이야기를 가볍고 우습게 만드는 문체는 아이러니하다. 그 전쟁에서 가장 살아남고 싶어하지 않는 빌리가 살아남은 것 또한.
이 소설에서는 106번이나 같은 표현이 반복된다.
˝뭐 그런 거지.˝
안타까운 죽음. 이유가 없는 죽음. 이 모든 죽음에 화자는 ˝뭐 그런 거지.˝ 라는 냉소적인 말로 상황을 설명한다. 너무도 많은 죽음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미 다 경혐한 화자로서 세상에 모든 일에 이유가 없음을 드러내는 말일까.
모든 순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4차원의 트랄파마도어인들은 우주가 어떻게 끝나는지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막으려 시도하지 않는다. 그 순간은 그렇게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둔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3차원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는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운명론적인 생각이다.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 우리가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론 지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이 작품에서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어나야만 하는 대로 일어난다.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순간 순간 누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인생은 내가 가진 것과 판단한 선택으로 방향이 정해지기도 하지만, 늘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 흐름 속에서 유.영.하듯 살기.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생각이다.

도살장에 도착했을 때 빌리는 마차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다른사람들은 기념품을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뒤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빌리에게 인생의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라고, 불행한 순간은무시하라고 예쁜 것만 바라보고 있으라고, 그러면 영원한 시간이 그냥 흐르지 않고 그곳에서 멈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선별이 빌리에게 가능했다면, 그는 수레 뒤에서 햇볕에 흠뻑 젖은 채 꾸벅꾸벅 졸던때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었소." 럼포드가 빌리에게 말했다. 드레스덴 파괴 이야기였다.
"압니다." 빌리가 말했다.
"그게 전쟁이오."
"압니다. 나는 불평을 하는 게 아닙니다."
"지상은 틀림없이 지옥이었겠지."
"그랬습니다." 빌리 필그림이 말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오."
"그러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겠지. 거기 지상에서는 말이오."
"괜찮았습니다." 빌리가 말했다. "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나는 그걸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웠습니다."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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