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 - 제임스 조이스 시집
제임스 조이스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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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시절이 떠올랐다. 첫 연애를 시작했고 매일 겪는 새로운 경험과 감정은 지복의 감동을 줬으며 당시의 복잡한 환경이 그 관계에 특수성마저 보태줬기에 나는 사랑에 빠져 정신없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열정만 넘치고 모든 게 서투르기에 오래가기 쉽지 않은 관계였고 몇 번의 흔들림 후에 관계가 사그라들 때는 지독하게 앓고 아파했지만 돌아보면 쓰디쓰게 느꼈던 순간들마저도 달콤한 시절이었다.

책은 풋풋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대해 찬미한다. 청춘에게만 허용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청춘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상대보다 사랑 자체가 중요해 보이기도 한 그 시절을 누구나 떠올릴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평생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간절히 바라지만 지금은 누구나 꼭 지나야만 한다고 믿는 순간들.

소설의 난해함으로 악명(?)과 권위가 높은 제임스 조이스이지만 첫 책이자 젊은 시절의 치기가 시 곳곳에 배어 있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살아가며 모두가 느끼지만 무뎠거나 흐릿했던 걸 포착하고 생생하게 꺼내놓는 게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열정과 생명력 가득한 책이었다. 그 시절의
절망에는 왜 희망이 느껴지는 걸까.


🖋️ 28 (XXVIII)
상냥한 여인이여, 사랑의 종말에 대한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아요.
슬픔일랑 젖혀 두고
지나가는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노래해요.

죽은 연인들의 길고 깊은 잠을
노래하고, 무덤 속에서는
모든 사랑이 잠잔다는 것을
노래해요. 사랑은 이제 지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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