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과 생태 2010.9
자연과생태 편집부 엮음 / 자연과생태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몇 달 전, 이웃이 선물해 준 달팽이가 참 많이도 자랐다. 이 것 저 것 다 잘 먹는 줄 알았는데, 오이와 상추 빼고는 먹는 게 영 부실하다. 할 수 없이 요즘 금값과 같다는 오이와 상추를 우리 가족이 아닌 달팽이를 위해 사서 먹이는데, 그 정성을 아는지 처음 가져왔을 때보다 2배 이상 자랐다. 매트를 갈아주고 먹이 주는 일이 귀찮기는 하지만, 한 번씩 눈길이 갈 때마다 그래도 내 손이 탔다고 예뻐 보이니 참...
그러고 보니 ‘자연과 생태’ 9월호 특집이 달팽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에만 서식한다는 멸종위기 참달팽이가 내가 살고 있는 안산시 풍도에서 발견되었다는 글만 읽어도 가슴이 두근댄다. 비오는 날이면 화단에서, 빌라단지 옆 둔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달팽이이건만 이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보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표지를 장식하는 표범장지뱀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어 보존되는 데에는 학계나 정부의 노력이 아닌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에 관심이 있는 민간연구자와 시민단체의 힘이 컸다고 하는데, 현재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갈등이 심하다고 해 정말 안타깝다. 수천억 공사에 생물종 하나가 사라진다고 무슨 큰일이 날까 싶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생물종의 수가 적을 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 아름답고 건강한 자연환경을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이고 살아왔을 무수한 생물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은 곧 우리 삶의 터전도 황폐화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면을 가득 채운 해파리와 베짱이, 박주가리, 달맞이꽃, 토끼 박쥐 등 놀라운 자연 속을 거닐게 된다.
덥다고, 심란하다고, 벗어나고 싶다고 훌쩍 떠날 수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준비한 듯한 우리 땅 걷기 여행도 ‘자연과 생태’에서 볼 수 있는 별미다. 산성이라지만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남한산성의 성곽을 따라 성 안과 밖을 가르니 돌담이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성 안의 길은 역사요, 밖의 길은 자연의 길이라는...
여름휴가 기간에 계속된 비로 멀리 가지 못하고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보았던 것을 책으로 다시 보니 기분이 새롭다.
얇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자연과 생태’로 바쁜 일상에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