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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 고아 소녀 ㅣ 청소년시대 1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영미 옮김 / 논장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가족이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애틋하며 따뜻한 대상이지만, 피를 나누었기에 더더욱 밉고 화나고 내치지도 못해 속이 문드러지게 만드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족을 통해 극단적인 위의 두 상황을 길지 않은 세월 속에서 모두 겪어봤기에 가족을 예찬하는 이들의 말에도, 증오하는 이들의 말에도 모두 공감이 간다. 그러나 나는 ‘가족이 없는 상황’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저런 가족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말에 ‘아빠 엄마라 부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너희는 모른다’고 답하는 이에겐 뭐라 반박할 수 없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된 적도, 될 수도 없기 때문에...
여기 ‘가족’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행운(?)의 소녀 클라라가 있다. 깊은 애정을 주던 부모님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엄청난 유산과 자유가 클라라에게 주어졌다. 자신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가족에 대한 동경이 크지만 부자 고아들을 위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최고급 학교에서 함께 기숙사생활을 하는 비슷한 처지의 단짝 친구들이 있어서 크게 외로움이나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클라라는 우연히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상으로 받게 된 ‘미국 가족과 함께 하는 3주간의 진짜 가정생활’을 잔뜩 기대하며 프랑스에서 머나먼 미국까지 여행을 간다. 그러나 클라라를 기다리고 있는 건 시끌벅적한 가족이 아니라 일흔이 넘은 집짓기의 달인 제러마이아 할아버지뿐이었다.
‘단락한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에 대한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지만 자상하고 유쾌한 제러마이아 할아버지의 세심한 배려와 유머, 집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매 순간순간을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에 매료되어 단 둘 만의 가정생활도 그리 서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우연 같지만 할머니의 유품인 스카프 손수건 덕분에 제러마이아 할아버지의 첫사랑이 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더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제러마이아 할아버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처음의 실망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3주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클라라는 통나무집을 선물 받고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을 배웠다. 한 순간에 밸리 댄서가 되기도 하고 집 짓는 방법을 배우며 누구도 상상 못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다.
상상했던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클라라에게 사랑을 전해 준 할아버지 덕분에 이제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 혈연관계가 아닐지라도 마음으로부터 걱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느끼게 해주며 가족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행복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이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지금’의 소중함도 깨우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