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여덟 소울 - 제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2월
평점 :
사람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핍’이 꼭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신들의 성장에 결핍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때문에 결핍이 극명한 상황에서 ‘어찌어찌 해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뻔한 말은 보편적인 생각의 틀에서 나온 지극히 평범한 생각일 뿐, 정작 무언가가 결핍되었으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공감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 그 부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지나칠 만큼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해 중의 오해라고!”
전국노래자랑이 끝나는 시간, 시어머니에게 다섯 살 난 자신을 맡기고 남편을 찾아 떠난 후 13년이 지나고 소식 하나 전하지 않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나 그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은 건강한 열여덟의 형민.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며 전부를 주었던 엄마가 이국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났을 때 거침없이 내쳤지만 그 아픔과 외로움에 침몰당하지 않은 열여덟의 공호. 청각장애인 부모 때문에 늘 조용한 세상에서 살고 어눌한 말과 난독증으로 인해 전교 왕따로 살지만 노래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자신을 발견하는 열여덟의 미미.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우성이건만,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열여덟의 형민과 공호, 미미는 우리도 힘들게 살아가지만 세상이 우리를 멋대로 가지고 놀지 못하게 정신 바짝 차리고 내 삶의 주인공이 되려고 부단히 애쓰며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청소년치고는 늙은(?) 나이지만 어른은 아니기에 애매한 나이 열여덟. 어중간한 나이만큼이나 마음과 정신도 정돈되지 않아 늘 헛갈리는 나날의 연속이고 행동거지 역시 이중적인 잣대에서 갈팡질팡 하는 때이다. 지극히 평범한 환경에 놓여 있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봤을 때 우월한 환경에 놓여 있든 정신세계가 극도로 혼란한 이 시기에는 저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며 ‘놀랍도록 솔직하지만 잔인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상처 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충돌하기 일쑤다.
그러나 열여덟에는 모른다. 한 20년 쯤 세월이 흘러 그 때를 되돌아보면 스스로를 향한 낯부끄러움에 얼굴이 홧홧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리란 걸. 때문에 타인을 함부로 평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다가가며 자신들의 결핍에 주눅 들지 않는 건강한 소울을 지닌 형민이와 공호, 미미가 더 예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