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금요일 힘찬문고 58
구니마쓰 도시히데 지음, 고향옥 옮김, 박경민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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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神, 아이에게 있어 엄마의 존재는 신과 같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면? 나이 마흔을 먹어도, 오십을 넘겨도 엄마는 엄마. 오십이 넘은 지인 중 한 사람은 내가 친정엄마 이야기를 할 때면 엄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참 부럽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나이 드신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한동안 삶의 기운을 소진한 듯 힘들어했다. 나이를 먹어도 힘든 엄마의 부재가 십대의 아이들에게 일어난다면 아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두려움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을 나간 아빠의 부재로 힘들어하며 자신들을 잘 돌보지 않는 엄마라도 요이치와 겐에게 있어 엄마는 지붕이고 울타리였다. 생기를 잃은 엄마의 모습, 자신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아 슬프긴 해도 엄마가 있어서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지냈는데, 엄마가 사라졌다. 인스턴트식품만 잔뜩 쌓아둔 채로.

 

빨래도 청소도 밥도 할 줄 모르는데 당황하고 무서운 내색을 하면 안 된다, 어린 동생 겐이 있으니까. 요이치는 아이 둘만 사는 걸 주위에서 눈치 채면 무서운 일이 생기리란 생각에 동생에게 입단속을 시킨다. 학교에서도 말썽을 부려 혹여나 부모님께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살얼음같이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부족한 것은 언제든 티가 나는 법. 평상시 모습과 너무 다른 요이치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긴 짝꿍 미사코에게도, 언제나 모범생인 공부벌레 야마다가 실은 성적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걸 알고는 들킬 염려가 있음에도 불고하고 집으로 데려와 위로하다가 엄마 없이 형제만 사는 것을 들키고 만다.

 

날이 갈수록 험악해진 세상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고 버리고 죽이기까지 하는 등 가족이 붕괴되어 가는 무시무시한 일들이 넘쳐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랑으로 맺어진 이들이 훨씬 더 많기에 위태해 보이는 세상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역시 개인주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심성이 곱고 어려운 친구를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경우가 훨씬 많다.

 

상황의 심각함을 알면서도 어른들에게 들키면 집을 떠나 보호소를 전전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똘똘 뭉친 요이치와 겐, 미사코와 야마다는 어떻게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형제를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너무 어린 형제가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힘들다는 걸 깨닫고 아동보호소를 찾아 떠난다. 벅차긴 해도 친구들의 도움을 더 받을 수도 있었고, 담임선생님의 보호 아래 있을 수도 있었지만 두려움을 물리치고 세상과 마주하는 것을 선택한 요이치의 용감한 행동이 대견하다. 아마도 비슷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하며 갑자기 닥친 불행이 오로지 자신들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란 것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너무 이른 나이에 철이 들어 어떤 형태로든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란 존재한다는 것, 그걸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갈 바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요이치와 겐 형제가 부모의 몫까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환경과 내적, 외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요이치 형제처럼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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