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공부가 뭐야? 높새바람 28
윤영선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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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4년 반의 긴 세월을 투자해 사이버대학을 졸업했다. 점수가 부족해 한 학기를 더 공부해야해서 뜨거운 여름에 졸업식을 하는 언니는 워킹맘이다. 아이 하나 키우면서도 허덕이는 나에 비해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직장생활을 하며 열심히 사는 언니가 늘 존경스럽다. 은행에서도 늘 평가와 실적에 시달리는데, 대학에서도 레포트며 시험이 연이어 있어 그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언니를 보고 왜 저렇게 힘들여 공부를 하는 걸까 의아했었는데 졸업식에 축사를 해주러 오신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힘겹게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도대체 공부가 뭐야?’는 아버지가 반대하는데도 공부를 해야겠다며 집을 떠나간 언니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 영희가 자신에게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가족들을 이해해 가는 이야기다.

 

수십 년 전에는 똑똑한 딸래미가 있어도 시집가서 살림 잘하고 애나 잘 키우면 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어떻게든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기 싫은 엄마의 지지로 두 언니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마을을 떠난다. 영희는 언니들이 떠날 때마다 북녘 땅의 공산화로 인한 트라우마로 열병을 앓듯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보며 언니들을 원망한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키기엔 너무 벅찬 가정환경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언니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지금은 그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갖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고, 적성과는 무관하게 성적에 맞는 대학을 진학하는 것과 달리 영희와 영희의 언니들에는 자신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으로서 필요했던 노력이 공부였기에 짧은 책이지만 읽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 역시 언니처럼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내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살림에 학비 부담까지 지울 수 없고, 더군다나 대학을 다니면서까지 꼭 배우고 싶었던 것이 없었던지라 의지적으로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는 아니지만 관심 있는 분야, 필요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끊임없이 노력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기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물론 졸업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력이 때때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 경우가 생겨 속이 상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에 당당하고 후회는 없다.

 

각기 다른 사회생활을 하며 언니와 내가 정반대의 선택을 하긴 했지만,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공부는 늘 지속하면서 노력한 것은 같은 맥락이었다. 언니와 나눈 대화를 통해 둘 다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감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현재 천편일률적으로 내닫는 교육현실이 더 안타깝게 여겨졌다. 자신이 원하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오직 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가 하루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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