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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툰, 니 정수리에 내 송곳니
남순임 지음 / 꾸리에 / 2012년 9월
평점 :
요즘 딸아이가 푹 빠져있는 분야가 웹툰이다.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웹툰 중에서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봐도 좋을만한 게 있을까 염려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소개해주는 웹툰은 즐겨보는 만화와 비슷한 거 같아 안심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올라오는 웹툰을 간절히 기다리는 딸아이를 보면 어렸을 때 월간만화책을 기다리던 내 모습이 연상돼 웃음이 났다.
만화책과 웹툰은 물론 동물까지 좋아하는 딸아이가 이 책을 먼저 보면 내가 볼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다 싶었던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햄스터나 병아리, 강아지, 고슴도치, 토끼 등이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으면 한동안 동물을 키우자는 성화에 시달려서 이젠 동물이 나오는 책이 겁이 날 정도인데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책이 도착하고 이 주일이나 지난 후에 내가 읽을 차례가 되었는데, 딸아이가 읽으면서 배꼽잡고 웃을 때마다 한 장면씩 보여주었던 장면을 펼칠때면 왜 그렇게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만큼 웃어댔는지 이해가 됐다.
길고양이 로마를 키우는 ‘로마맘’과 함께 사는 남자 ‘털다리’가 네 마리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낸 캣툰 ‘니 정수리에 내 송곳니’는 제목부터 남다르다. 욕이라면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고양이들의 일상에서는 ‘씨퐁, 시캬, 띠바, 시키, 붕신’ 같은 욕이 욕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양념 같다고나 할까?
직접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았어도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면 어떨지 상상이 되는 캣툰에서는 재미만 전해주는 건 아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온갖 스트레스를 동물에게 푸는 사람들이나, 잠깐의 호기심으로 동물을 키우다 마는 사람들, 심지어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들에게, 또한 관심을 갖고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책임과 애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나의 경우는 동물이 곁에 가까이 오는 것이 싫고, 어쩌다 눈치 없이 내 다리 주변에서 겅중대는 것은 더 끔찍하게 싫어해 동물을 집안에서 키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름엔 고양이들도 살기 어려운 계절이 아니라 잊고 사는데, 겨울철이면 춥고 긴, 게다가 배까지 고픈 밤을 견뎌내느라 고생인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영락없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같아 기분이 안 좋아 밤을 설치는 때가 많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수시로 듣게 될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짜증보다는 춥고 배고픈 걸 염려할 것 같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산과 면해있는 빌라의 울타리를 날듯이 넘나드는 고양이를 보며 지나간 겨울을 잘 견뎌냈다고 눈인사도 전해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