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반도의 인류 1 - 한반도에는 누가 처음 살았을까? EBS 한반도의 인류 1
EBS 한반도의 인류 제작팀 글.사진, 원유일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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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12년이 아닌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면? 뛰어난 상상력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판타지(특히나 시공간을 넘나드는)가 넘치는 시대를 살면서도 나의 빈곤한 상상력은 세세한 생각을 거부한다. 겨우 생각한다는 게 기아나 전쟁,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를 벗어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정도다. 하물며 EBS에서 방영한 ‘한반도의 인류’를 시청할 땐, 저렇게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 화면에 등장한 사람들은 배우일까? 아니면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일까? 가 궁금했으니 내가 좋은 시청자는 아닌 게 분명하다.

 

잠시 시청하다 말았던 ‘한반도의 인류’가 같은 제목의 책으로 엮어져 나온 것을 읽으면서도 늑대가 먹고 남은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는 사진이 너무 징그러워 제일 먼저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극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의 시체도 먹고, 인분도 먹으며 생명을 연장시키고자 하는 본능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으니 그저 머리로만 이해 될 뿐이다.

 

구석기 시대 한반도에 등장한 원시 인류 호모 에렉투스. 이들은 두 발로 걸으면서 사냥과 채집을 하고 고목나무 속이나 동굴에서 잠을 자며 맹수들로부터 몸을 숨겨야 했던 약한 존재들이었다. 이들이 불과 주먹도끼를 이용해 몸을 보호하고 사냥을 하며 여러 차례의 빙하기를 잘 견뎌내며 무려 25만 년이나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았다는 것을 몰랐다. 5만 년 전의 혹독한 빙하기 이후로 더 진화된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까지 그들이 이 땅에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탄강 유역 전곡리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견되면서부터다.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 구석기 문화가 덜 발달했다고 알고 있던 기존의 학설은 30여 년 전, 한 미군 청년이 발견한 ‘주먹도끼’로 인해 뒤집어진다.

 

손을 대보니 실물 사이즈와 거의 흡사한 주먹도끼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유물인가 싶은 게 그저 한 쪽은 날카롭고 한 쪽은 손으로 잡기 좋게 뭉툭하다는 것이다. 허나 세상을 놀라게 하는 각종 발명품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 흔히 사용하는 것들의 불편함을 조금씩 바꾼 형태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온갖 위험을 피하고 생계를 이어가는데 주먹도끼가 얼마나 생활에 유용한 물건이었는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만약 30만년 후 쯤, 우리의 후손이 우리가 남긴 유물을 발견한다 해도 내가 주먹도끼를 보고 느끼는 것처럼 ‘그게 뭐?’ 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웃음이 났다.

 

호모 에렉투스, 이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살았고, 이들을 이은 새로운 인류가 또 뒤를 잇고 잇는 가운데 우리도 살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도, 역사를 홀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는데, 30만년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무거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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