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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특공대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3
최재숙 글, 김이조 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11월
평점 :
간이 딱 맞는 국밥이나 찌개가 있어도, 또 다른 반찬을 먹을 필요가 없는 비빔밥이나 라면을 먹어도 꼭 함께 먹어줘야 음식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존재가 바로 김치다.
옛날 같았으면 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에 따라 맛깔 나는 김치를 자신 있게 척척 만들어 내 김치 맛을 본 가족들의 얼굴에서 “김치를 잘 담그는 당신 없인 정말 못살아!”라는 찬사를 수백 번은 들었을만한 나이에, 겨우 김장때 무채나 썰고 다 만들어진 속이나 집어넣는 주부 같지 않은 주부임에도 김치에 대한 사랑만큼은 남들 못지않다고 자부하는 나.
이런 내가 좌절하는 때가 바로 딸아이와의 식사시간이다. 어려서부터 매운 것을 유독 싫어해서 떡볶이도 열 살이 다 되어 먹고, 라면의 맛을 안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때문에 학교 급식으로 나오는 조금 덜 매운 김치 말고는 김치에 손도 대지 않는다. 웬만한 일에는 어른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따르는 아이임에도 김치는 통하지 않으니 조금 걱정이 된다.
솔직히 김치가 우리의 전통 음식이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막연하게 우리 몸에 더없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 유익함에 대해 상세히 알지는 못했다. ‘책읽는곰’의 우리문화 그림책 [김치 특공대]를 읽으면서 김치를 구성하는 다양한 각각의 재료들이 갖고 있는 효능과 이것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김치라는 음식으로 탄생했을 때의 효능을 알게 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림으로 표현된 배추, 무, 마늘, 젓갈, 생강, 고추, 왕소금, 대파 등의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나올 만큼 재치 있고 익살맞다. 김치의 역사에 대한 영상물을 보면서 왕소금을 팝콘처럼 먹는 김치, 젓갈 비린내를 한 방에 날리는 태권 동자 같은 고추, 저마다 자신들이 김치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 나서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배탈과 설사로 고생하는 아이는 세균을 잡아주는 젖산균으로 돕고,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에게는 부드러운 섬유소로 변을 부드럽게, 거친 섬유소로 장을 마사지해서 장운동을 활발하게 돕는다. 비만으로 고생하는 아이에게는 캡사이신으로 지방을 태워 도와주는데 김치 특공대의 모습이 사뭇 비장하다.
구조를 요청한 변비 소년 시후처럼 딸아이도 변비로 고생하는데, 잔뜩 굳은 똥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하는 장 속과 가스를 내뿜는 항문을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는다. 다행이 김치 볶음이나 김치전, 참치김치찌개 같이 발효되어 한 번 더 조리된 음식은 잘 먹는 딸아이는 “엄마, 나도 김치 좀 먹어볼까? 내일 아침에는 참치김치찌개, 저녁에는 참치 김치 볶음 알지?”하며 너스레를 떤다. 말로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은 책을 통해 도움을 얻었던 경험이 많은지라 자연스럽게 웃음이 난다.
책을 읽고 바로 김치 부침개를 만들어 먹고 싶다고 해서 정말 다른 거 하나도 안 넣고 김치와 부침가루만 섞어서 김치 부침개를 만들어 두 개씩이나 맛있게 먹는다. 불 위에서 익히는 부분만 조금 도와주고 나머지는 모두 딸아이가 했는데, 이 일로 요리에 자신감도 붙었는지 다음번에도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친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저녁은 김치 부침개로 해결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