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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걸스 : 우리 언니는 못됐어! ㅣ 슈퍼 걸스 시리즈 4
탈리아 칼킵사키스 지음, 애시 오스왈드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웃음부터 난다. 어린 나이에 꽤 조숙했다고 기억하는데도 언니와 내가 싸웠던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싸울 일도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언니한테 대들고 했는지...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것을 결혼 하고나서야 깨닫고는 언니가 얼마나 애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한 언니가 늘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자주 얼굴 볼 일이 없어지니 싸우는 횟수도 그만큼 줄어들었는데, 마냥 좋지만 않았던 것은 언니의 빈자리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결국 언니가 내게는 작은 울타리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언니는 못됐어!’의 깜찍한 주인공 캐시를 보니 꼭 어릴 때 내 모습이다. 초등학교 때 이미 다 자랐던(그 후로는 자라지 않아 평균키에 한참 못 미치는 작은 키라 속상하지만, 초등학교 때는 무척 커서 늘 뒷자리에 앉았었다.)언니와 그 당시 평균보다 훨씬 작고 빼빼 말랐던 나는 언니와 겨우 두 살 차이였지만 사람들은 5살 이상 차이나는 동생으로 알았다. 그러니 절대 동안인 캐시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실수라지만 손도 쓸 수 없을 만큼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잘라놨으면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인데, 자신이 서운한 것만 따지는 언니가 정말 얄미운 캐시.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장난으로 시작한 옷장 유령놀이로 인해 나날이 여위는 언니를 보고 뉘우치며 챙기는 캐시가 참 예쁘다. 또 하나, 어차피 일어난 일에 대해 오래 곱씹지 않고, 그 일로 인해 더 좋아진 점을 찾는 긍정적인 캐시의 모습 역시 정말 사랑스럽다.
언니로 인해 손해 보는 것 같은 동생들, 늘 언니가 자신에게 못되게 군다고 생각하는 동생들, 얄미운 여동생 때문에 인생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언니들이 읽어보면 서로를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