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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멜 보링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11년 2월
평점 :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과 광물의 쓰임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건강에 좋다는 버섯만 하더라도 그 분류에 따라 자낭균류니, 담자균류로 등으로 나뉘고 각각에 속하는 버섯들이 무척 많다. 이렇게 많은 버섯 중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용버섯과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을 어떻게 구분했을까?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아마도 동물이 먹고 탈이 난 것을 보았다거나 사람이 직접 먹고 난 후 생긴 불상사로 인해 서서히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할 뿐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 이 세상은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고 봐야 할 만큼 온통 비밀스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각자의 존재마다 ‘네가 나를 알 수 있을까? 어디 한 번 나의 비밀을 파헤쳐 보던가!’하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오직 인간만이 이를 도전적으로 바라보고 호기심과 열정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일생을 걸고 그 이전 세대가 알아내지 못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 데에서 큰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듯하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다간 이들 덕분에 온갖 두려운 것들로부터 보호받기도 하고, 또 새롭게 알게 된 것으로부터 위협받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과학자’라고 부른다. 좋지 않은 결말을 불러 올 것을 알고도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구와 실험을 계속했던 이들도 있고, 병이나 기아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박애정신으로 임했던 이들도 있다.
「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을 하는 기니피그 과학자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몸이 추위를 느끼면 움츠러들고, 더우면 땀을 흘리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 대해 궁금해 할까, 몇 도에서 사람 몸의 기능이 저하될까 등등의 호기심으로 현대의 찜질방 같은 곳에 서슴없이 들어간 과학자, 위액을 연구하기 위해 알약 한 알도 넘기기 힘든 목구멍으로 음식을 비롯한 온갖 물질을 감싼 린넨 주머니를 수도 없이 삼키고 급기야 뼈까지 삼킨 과학자,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스스로 전염병균에 감염된 과학자, 방사능 실험을 위해 자신의 팔에 라듐 결정을 붙여 상처를 낸 과학자 등 그저 보통 사람들보다 우월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숭고하기까지 한 과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뉴질랜드에 이어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진앙지 부근의 도시에서는 사망자가 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과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는 가운데, 냉각수 공급에 문제가 생겨 또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뉴스를 접했다. 해수를 끌어들여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작업자들은 원전을 지키는데 모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모두를 과학자라 부를 수 없지만, 자신들이 그 일의 전문가이기에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이탈한다면 한 나라의 일이 아닌 지구적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알고 사력을 다하고 있기에 어떠한 명예나 권세보다 자신과 가족, 이웃, 나라, 세계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일할 것이라 생각하니 자신의 목숨도 아낌없이 연구에 바쳤던 책 속 과학자들 역시 가깝게 다가온다.
때로는 과학자들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사리사욕을 채우려 급급한 이들로 인해 오명을 쓰기도 하지만, 그들 덕분에 우리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음에, 지금 이 시간에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이 세상의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