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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 대한민국 희망수업 1교시 ㅣ 작은숲 작은학교
신현수 외 15인 지음 / 작은숲 / 2010년 12월
평점 :
첫인사, 첫눈, 처음 문장, 첫사랑 등 ‘처음’은 부푼 기대와 부담을 잔뜩 끌어안고도 어느 누구의 인생에서나 기억되는 순간으로 남는다. 2011년의 1월도 절반이 훌쩍 지나가버렸기에 새해의 느낌이 벌써 사라진 듯 느껴지지만, 여전히 1월은 ‘한 해를 보람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기특한 마음을 품게 만드는 첫 달이기도 하다. 새해의 첫 달을 맞으면서 나 자신의 성장과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좀 더 진실 된 마음으로 다가서며 조금이라도 그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었다. 나의 이런 마음은 친정아빠의 입원과 시댁 어른의 별세, 누수로 인한 공사, 하다못해 폭설까지 구차한 변명거리가 되어 정신없는 가운데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나에게 다시금 처음 마음을 상기시킨 것은 책이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첫 수업에서 들려주고 싶은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가 담긴 「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를 읽으면서다. 요즘 현장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의 글을 자주 접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되었는데, 이 책 역시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면서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일상과 생각에 젖어 사는 나를 새롭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
지역아동센터나 동사무소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도 내 스스로 선생님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 나 역시 공주 어느 중학교에 다니는 지영이 아빠처럼 학교는 ‘관’이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선생님 역시 관에 속한 사람이기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어쩌다 생각한 것을 이야기할 기회가 되어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선생님들에게 실망하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선생님의 처지를 이해하는 모호한 관계. 내가 나와 만나는 아이들과 좋은 관계와 성장을 위해 고민하듯 학교 선생님들은 더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 미루어 짐작만 했지, 정작 자신의 속내를 털어 글로 쓰신 선생님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그분들의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새삼 느끼게 된다.
책 속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시인 박두규 선생님이 쓰신 ‘모든 생명은 공동체이다’. 권정생 선생님을 좋아해서 선생님이 쓰신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정작 선생님에 대해서는 참 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괜시리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생쥐와 개구리와 벗 삼아 예배당 종지기로 사셨던 선생님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아이와 함께 여러 번 읽었으면서도 진짜 그렇게 살았으리란 생각은 해 본 일이 없다. 약한 몸과 가난으로 힘겹게 사시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남기셨기에 참 훌륭한 분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분의 일생은 물론 죽음 이후까지도 그 자체로 천사였음은 몰랐다.
‘현실’이라는 강력한 벽(때로는 방어막)을 넘어서지 못하는 우리들이 자연과 친구하며 무엇 하나 자연을 거스르며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처럼 살아가긴 힘들다하더라도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중 그 무엇도 하나의 존재만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무런 의구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16명의 선생님들이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써 주신 글귀들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이정표가 되어 조금 흔들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힘차게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