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연예인 거북이 만동화 문고
소중애 글, 민승기 그림 / 거북이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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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숙의 결혼으로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사랑스런 조카는 열 살이다. 조카의 꿈은 멋진 드러머다. 드러머가 되어 인기도 얻고 돈도 많이 벌어서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 그래서 꼭 그런 사람이 되라고, 미리 싸인 좀 받아 놔야겠다고, 드러머가 되어 공연을 하면 제일 좋은 자리를 공짜로 보여 달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하던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작은 엄마, 나 드러머 되는 꿈 포기할까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 꿈을 이룰 수가 없단다. 어쩌면 아이는 드러머의 멋진 모습을 보고 드러머의 꿈을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연주를 통해 사람들을 감동케 할 수 있을만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하는지는 생각지 않았나 보다. 하기야, 감동했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예술가가 된다면 사회도 무척 혼란스러워질 테지. 그래서 아이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다른 것을 포기하고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드러머에 대한 네 마음이 멀어졌거나, 마음은 그대로인데 당장 놀고 싶은 것을 절제하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이니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고 연습을 빼뜨리지 말고 해보라’고 했다.

드러머, 정말 멋지다. 얼마 전 ‘강산에 밴드’ 공연을 보면서 정말 좋았던 부분은 정작 강산에의 노래가 아닌 건반과 드럼을 연주하던 두 사람이었다. 그 둘의 열정적인 연주는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게 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얼마나 연습을 하면 저 정도의 실력이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보이는 것에 약하다.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연예인들의 모습은 거의 수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의 꿈을 ‘연예인’이라 답하는 비율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고 연주하는 모습이 좋아 보일 뿐,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또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 많은 이들의 걱정을 자아내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는데도 피가 끓어오르듯 연예인을 향한 갈망은 식지 않는다.

현실이 이와 같은데, 어른들이 마냥 아이들의 꿈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축하며 공부만을 강요하면서 야기되는 문제도 심심찮게 인터넷이나 신문지상에 오른다. 하지만 어른들의 획일화된 잣대를 거부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을 이해해 줄 어른들을 몹시 고대한다. 소중애 선생님은 이처럼 연예인을 지망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화를 쓰셨다. 바로 「나도 연예인

엄마 아빠 몰래 가수의 꿈을 키우는 찬드라, 개성 넘치는 기타리스트 김스톤, 끝내주는 연기감각을 지닌 강혜리, 너무 가난해 가수의 꿈을 키워갈 수 없는 데도 엄마의 지지로 인해 꿈을 키워가는 정다정, 엄마의 노력으로 일찍 데뷔하지만 열정이 약한 진보라, 말더듬이를 고치고 싶어 연기를 배우는 이기쁨, 이 여섯 아이를 중심으로 연예인이 되는데 거쳐야하는데 필요한 정신과 노력, 무조건 반대하는 데 맞서기보다 돌아갈 줄 아는 지혜를 알려준다.

어른들의 권위에 눌려 정말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인데도 용기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똑똑하게 이야기하고 그래도 안 될 때 자신을 낮추면서 꿈을 잃지 않도록 묘안을 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결국엔 이러한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해준다. 게다가 하나하나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의 모습이 정말 예쁘고 중간 중간 만화가 곁들여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해 좋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설혹 자신의 꿈이라 여겼던 것이 한 때 지나가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때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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