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백과사전 -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우리 귀신 이야기
이현 지음, 김경희 그림, 조현설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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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니는 학교 도서실에서 도서도우미로 봉사하다보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특이한 아이들의 성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무시무시한 마녀나 괴물이 주인공인 책 마녀백과사전과 몬스터백과, 세상의 모든 요정이야기, 드라큘라 같은 책을 좋아한다는 것. 딸아이만 하더라도 ‘요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깜찍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끔찍하게 생긴 요정들이 나오는 요정이야기(어떤 페이지는 무서워서 혼자 넘기지도 못해 내게 책장을 넘겨달라고 한다.)책을 닳도록 읽고 또 읽는다.

아이들의 심리를 분석하기엔 어려움이 있기에 그저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넘기는데,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다른 나라의 요정이나 마녀들 백과사전은 있는데 우리나라의 귀신사전은 없는가였다. 이런 내 마음을 꼭 알고 그런 것처럼 「귀신백과사전」이라는 고전 속 우리 귀신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글쓴이가 이현 작가라 ‘내가 알고 있는 그 이현?’ 하고 책날개를 펼쳐보니 역시다. 딸아이가 틈나는 대로 몇 번씩 읽을 만큼 좋아하는 ‘로봇의 별’의 그 이현 작가다.

기대가 있었기에 책을 꼼꼼하게 읽었다. 본 내용에 앞서 쓰인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 그림이 가리키는 ‘일러두기’에는 이 백과사전을 읽기 전에 인지해야 할 사항 여섯 가지를 적어두었는데, 이 부분부터 배꼽잡고 웃게 된다.


여기에 경고 18금포스터를 보면 너무 무서운 책이라 청소년들도 보기 어려운 책인가 싶은데, 18은 그 18이 아니라 ‘만 18개월 유아’를 뜻한다.


책 표지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우리나라 귀신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림들이 전부 무섭다기보다는 재미있다. 그래서 무시무시한 귀신 이야기면서도 그다지 가슴 졸이고 읽을 필요는 없다.

 


하늘나라와 이승 사이에 하늘 줄이 놓여 있어 선택받은 자들이 하늘을 오갔던 신비한 세상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승의 살아 있는 사람이 귀신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 귀신들을 위엄 있게 다루기도 하고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는 귀신감독관, 원한이 맺힌 채 죽어 귀신이 된 원귀, 나라를 지키는 귀신으로 그 격이 다른 귀신보다 높아 신이라 불리는 호국신, 조상귀신, 죽어서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랑귀(죽음을 초월한 사랑,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며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면 웃다가 쓰러진다. ^^)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귀신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기에 천지왕으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아 귀신이 아닌 신으로 승격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켜주는 신들이 소개되어 있다. 저승을 다스리는 대별왕, 가여운 영혼들을 보살피게 된 바리데기, 삼천갑자 동방삭을 잡아들인 저승사자 강림도령, 사람의 수명을 다스리는 사만이(꾀로 4만 살까지 살다 저승으로 붙잡혀가 사만이다), 달을 지키는 달신 명월각시, 해를 지키는 해신 궁산이, 집터를 지켜주는 가신 막막부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현실세계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귀신들의 존재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논란이 많지만, ‘귀신이란 곧 마음’이이라 결론지은 작가의 말처럼 세상 모든 것에 마음이 있음을 잊지 말고 아끼고 보살피며, 억울함을 풀어주고, 은혜에 감사하며 보답하는 그 마음들을 잘 간직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데 우리의 마음을 모은다면 귀신도 곧 친구처럼 친근한 존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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