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완심 緩步緩心 -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느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태풍 ‘곤파스’로 온통 혼란스럽다. 밤새 휘몰아친 강풍으로 인해 창을 부수고 들어올 것 같은 나뭇가지 그림자와 귀곡 같은 바람소리는 뜬눈으로 새벽을 맞게 했다. 이런 날씨에 우리 딸 학교는 어찌 가나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방송에서 학교 등교시간을 2시간 늦춘다는 속보가 나와 한숨 돌린다. 시간 맞춰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는 길은 전쟁터 같다. 10년 가까이 살아 정겹기만 한 골목골목에 쓰러진 나무가 가로질러 음산한 숲을 지나는 것 같고, 전선에 걸쳐진 나뭇가지가 위태위태하다. 학교는 괜찮을까 하고 묻는 딸에게 걱정하지 말라 했는데, 수십 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뿌리 뽑혀 학교 담장을 넘어서 인도까지 덮쳤다.

“세상에, 저 큰 나무가 쓰러지다니...”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차고 있으니, 딸아이가 하는 말.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잖아. 갈대는 부드럽게 휘니까 바람이 불어도 괜찮고.”

그렇지. 누구나 다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부분을 딸아이가 지적하고 나니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생각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글귀가 표지에 인쇄된 「완보완심(緩步緩心)」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지 확신하지도 못한 채 가시적인 성공만을 향해 내닫기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정말 성공하고 싶으면 부드러움으로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줘야 한다고, 강하기만 한 것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은 바로 부드러움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당당하고 부드럽게 살기 위한 삶의 지혜를 사자성어에서 찾았다. 달리기 전에 걷는 법을 배우라는 1부에서는 멀리 가고 싶으면 천천히 걷되 혼자 걷지 말라고, 그 길을 갈 때 다른 사람의 말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한다. 느긋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라는 2부에서는 부드러움의 힘과 나눔, 타인에게 의미 있는 자가 되기를, 그 처음과 끝은 오직 사랑뿐임을 기억하게 한다.   

상수여수(上壽如水) -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흐르는 물처럼 도리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 / 시혜종덕(施惠種德) - 은혜를 베풀고 덕을 심는다. / 화이부동(和而不同) -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 / 복재적선(福在積善) - 복의 근원은 선을 쌓는 데 있다. / 사시관종(思始觀終) - 처음을 생각하며 끝을 바라본다.

위와 같은 42개의 사자성어와 함께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42편의 주옥같은 글로 태어났다.

살면서 많이 버리고 자족하며 산다면서도 순간순간 치밀고 나오는 다듬어지지 않은 강함들로 인해 가장 먼저 내가 상처받았던 일들이 참 많았다. 누가 지적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았으면서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아온 세월들을 위로해주듯 느긋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라 이야기해주는 책이 있어서 이 아침의 혼란 속에서 평온함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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