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자가 좋아요
얀 손힐 지음, 이순미 옮김 / 다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거라 더 이상 생각을 안 하게 만드는 것들이 참 많다. 예를 들자면 먹는 것, 잠자고 일어나는 것, 숨 쉬는 것 등. 때가 되어 차려주는 밥이라 먹고, 입이 심심하면 군것질 거리를 찾는다. 밤이 깊으면 자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 제각기 바쁜 일상을 살아갈 뿐, ‘왜?’라는 의문은 떠올리지 않는다.
내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알기에 사과를 그려놓고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붙임으로 그림을 다시 보게 만들며 생각을 유도했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너무나 당연해 더 이상의 생각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좋아한다.
「피자가 좋아요」는 음식에 대한 과학과 역사에 대한 책이다. 단순히 음식의 변천사나 음식의 재료나 조리되는 과정 속에서 알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엮은 책이었더라면 그저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끝이었을 텐데, 이 책 참 매력적이다.
왜 음식의 과학과 역사에 대한 책의 제목이 ‘피자가 좋아요’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피자의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를 통해 그동안 피자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이고, 건강에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음식이라 생각했던 게 잘못된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피자와 버섯, 양파, 토마토, 치즈, 각종 고기 등을 얹어 만든 피자는 비타민과 무기질,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식품이었다. 문제는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로 집에서 만들어야 몸에 좋은 피자라는 사실...
책 속에서는 우리가 음식을 왜 먹는지, 우리 몸이 받아들인 음식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사실적인 사진과 글로 나타낸다. 음식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인류의 역사를 함께 알아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구의 한쪽에서는 식량이 넘쳐나고 비만으로 고생하는 한편, 한쪽에서는 너무 부족해 6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죽어가는 현실을 지적하며 식량의 분배와 가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 미래에는 물과 식량이 다른 나라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견이 더 이상 몇몇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식량자급률이 현저하게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함을 느끼게 된다.
음식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 「피자가 좋아요」한 권으로 아이들의 생각이 쑥 자라는 것은 물론, 나와 우리가 아닌 전부를 생각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