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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ㅣ Dear 그림책
찰스 키핑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새장과 아파트 발코니. 두 번 생각하지 않아도 이 둘이 지니고 있는 유사성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새장속의 새와 온갖 생활의 편리함을 갖추었지만 대지로부터 정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인정 대신 삭막함으로 대체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파라다이스’거리에 살던 찰리와 샬럿이 거센 도시화의 바람 속에서 헤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다 새장 밖으로 나온 금빛 카나리아가 샬럿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발코니에 내려앉아 다시 만나게 되는 간단한 스토리 속에 우리가 문명의 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는 내가 만난 찰스 키핑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작가의 유명세에 대해서는 모르지 않았지만 일부러 찾아 읽게 되진 않았기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싶었지만, ‘어린아이들에겐 너무 어려운 주제’를 다룬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지금 초등 2학년인 딸아이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비밀을 파헤치고자 하는 욕망과 함께 지금보다 더 편리한 생활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빚어낸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친한 친구와 만나는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을 만큼 새로운 시대의 익숙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이해관계나 삶의 질을 따지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거리 자체가 큰 장난감이었던 찰리와 샬럿에게 파라다이스 거리 개발은 곧 친구와 장난감을 동시에 앗아가는 일이었지만, 이에 분노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친구와 장난감 없이 넘쳐나는 시간을 흘러 보내야 했던 찰리에게 새장에 갇힌 금빛 카나리아는 어떻게든 함께 하고픈 절박함으로 다가오고, 이 카나리아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 결국 얻게 된다.

찰리의 손에서(사실은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로 인해) 잠시 자유를 누린 카나리아는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주고 자신도 때때로 새장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제 찰리와 샬럿, 그리고 금빛 카나리아는 예전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도시화가 진행되었던 40여 년 전의 그림책 속 배경이나 현대의 개발 또는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흡사한데, 이러한 암울함 속에서도 아이들과 카나리아가 만들어간 희망 이야기가 우리 시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거 같아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