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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소년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7
존 레이놀즈 가디너 지음, 천미나 옮김, 에스더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앨런은 과학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시켜 자신을 무시하는 그린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앨런이 과학 프로젝트 주제로 삼은 ‘인간 광합성’은 누가 들어도 코웃음칠만한 이야기다. 식물과 동물의 기본적인 차이도 모른다며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위해 쓸데없이 에너지를 쏟는 것이라 생각해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 앨런이 ‘립스틱’에 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라고 강요하신다. 겨우 열 살짜리 아이가 이 정도의 외압을 받으면 기분은 나쁠지언정 포기할 법도 한데, 앨런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앨런의 할아버지.
“만약 내가 너한테 하늘이 그림을 실어 나르는 전파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면......”
“텔레비젼이요.”
"제대로 이해하고 있구나. 미치광이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라, 앨런.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렴. 이상한 것들, 바보 같은 것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거라. 그것이 여섯 번째 도구의 힘이다, 앨런.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 내는 거야.”
할아버지의 응원에 힘입은 앨런은 오감(五感)과 두뇌라는 훌륭한 도구를 이용해 ‘인간 광합성’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일단 광합성에 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인간 광합성에 필요한 목록을 작성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혈액이 광합성을 하는데 필요한 요소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과 이산화탄소 이외에 식물에는 엽록소가 인간에게는 헤모글로빈이 있는데, 이 두 물질의 화학식을 분석해보면 서로 상이한 원소가 마그네슘과 철뿐임을 알 수 있다. 거듭된 실험과 노력으로 앨런은 드디어 인간 광합성에 성공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은 물론 의사들 역시 앨런의 발견을 ‘믿음이 너무 단단해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보이는 현상’일 뿐이라며 앨런에게 일어난 현상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본다.
자신의 진정 식물이 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한 앨런의 노력에 따라 주변에 미치는 파장 역시 커지게 되고, 결국은 앨런의 발견이 국가의 일급비밀이 되고 마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까지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던 그린 선생님에게 일어나는 통쾌한 반전까지.
앨런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올법한 앨런의 생각은 끼니마다 먹는 걸 고민하고 귀찮아하는 내게도 참 유익하다 싶은데, 단지 햇빛과 물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모두가 먹지 않고 살 수 있어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앨런의 기특한 생각이 한편으로는 농부와 어부는 물론 외식업과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모두 실업자로 만들 수 있고, 일을 하는 주된 이유가 먹는 것 때문인데 이렇게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사람들은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참 엉뚱한 소재의 이야기지만 정말 재미있고 창의적인 내용에 나의 여섯 번째 도구도 조금은 활성화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고압적인 그린선생님의 과학 프로젝트가 아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테지만,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게 탐구하고 발표하는 일련의 교육과정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의 초등 교육에서도 적용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물론 우리나라 학부모의 특이한 과열현상으로 아이의 숙제가 부모의 숙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생기지만, 아이와 학교가 주인공인 외국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와 많이 다른 모습이 참 부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