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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 - 책의 정보와 사람의 경험이 만나 창조되는 지식의 무한 성장
양정훈 지음 / 헤리티지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그, 또는 그녀와 함께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불같은 사랑도 그 유효기간이 길어야 2∼3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40년을 함께 하면서도 늘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서로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부부의 말은 결혼하고 나면 서로의 기대치에 맞추도록 강요하고 자신의 잣대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실망을 넘어 좌절을 해 끊임없이 갈등하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변하지 않는 그 부분이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지 늘 처음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뜻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에 무한한 애정이 샘솟지만, 때가 되면 뒤집고, 기고, 서서 걷고 뛰길 바라지 늘 갓난아기 상태로 있기를 바라지 않음과 같다. 부부 사이의 신뢰도 자라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채워나가며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사랑이 더 돈독해진다고 본다. 이는 비단 부부사이에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아직 한창인 나이에 부부의 좋은 금슬과 높은 사회적 위치, 빛나는 학력, 쓰고 남음이 있어 사회에 환원할 정도의 재력을 갖추고도 끊임없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좀 이상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아니다. 이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아무리 좋은 조건에 자신이 속해 있을지라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 욕구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의 프롤로그엔 공병호 씨 책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다. 자기계발을 하는 주요 방법으로 선택한 것 중 단연 으뜸인 것은 ‘독서’이다. 왜일까? 누구나 유추할 수 있듯 책이란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꺼내 들 수 있는 지혜와 경험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직업과 나이, 경험, 성별이 다른 직장인 6명이 매주 일요일 오전에 한 자리에 모여 북 코치의 주도로 다양한 주제의 책을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격려하면서 모두가 함께 자라는 모습을 담은 이 책은 좀 딱딱한 내용일 거란 나의 예상을 뒤집고 술술 읽히며 매 장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보석 같은 책이다.
첫 주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뒤, 두 번째 모임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하듯 북 코치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 곳이 납골당이었다. 가는 동안 10분 간격으로 나이를 먹는다고 가정해 납골당에 이르렀을 땐 대부분 80대의 노인이 되어 삶의 끝을 경험한다. ‘삶이 끝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로 살지, 그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를 느껴보라는 주문에 모임의 멤버들 모두 강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태어나면 당연히 죽을 날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때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알 수 없는데도 삶이 유한한 것처럼 살아왔던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후로 적극적인 변화를 위한 독서 모임은 멤버 각자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지금까지 독서라 하면, 특히나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한 독서는 나와 책의 1대 1 만남 외에 다른 만남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매개로 해 모인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며 ‘배움’을 ‘배움’에서 끝내지 않고 ‘나눔’으로 승화한 모습을 보며 사람이 지은 무생물의 책이 인격체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눈으로 좇아 읽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하나라도 건져내려고 했던 무딘 마음에서 책과 함께 교감하고, 이를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한다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슴 떨리게 한다. 게다가 이 책 속에 담긴 모든 내용이 저자 혼자만의 구상이 아닌, 실제 북 코칭 그룹을 지도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 형식으로 꾸몄기에 더 강하게 와 닿는다.
덤으로 모임이 이루어진 모든 순간에 멤버들이 주고받았던 책 속의 구절들은 일부러 그 책을 찾아 읽지 않고도 얻게 되는 귀한 열매다. 다루어진 책들을 한 권씩 읽어가며 코치의 주도로 멤버들이 나누었던 교감을 떠올리는 것도 책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도, 독서 모임을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텍스트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