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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나스다 준 지음, 양윤옥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겉으로 보기에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도, 쿨 해 보이는 사람도 모두가 자신의 마음에 담긴 아름다운 꿈과 사랑에 관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살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그저 수줍기만 한 눈 맞춤으로 끝나고 만 사랑이든, 청춘을 불사를 만큼 활활 타올랐던 사랑이든. 이러한 사랑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그래서 현재 진행형인 사랑도, 아릿한 기억속의 사랑도, 처절한 사랑도 모두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에는 소년소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부터 지나간 시간 속에 고이 묻어 둔 사랑 이야기까지 누구에게나 찾아올 듯한 아릿한 사랑과 추억이 중3인 쇼타와 케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가슴속에 낭만을 좀 품어 봐. 그렇게 삭막해서야 인생 살기 힘들지.
케이 엄마의 절친한 친구인 요코 씨의 쇼타를 향한 핀잔이 실은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데, 누구나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 그 사건의 뒤편에서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이어지길 갈망하며 별을 닦아 주는 토끼 한 마리쯤 우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낭만적인가?
쇼타와 케이, 케이의 엄마와 아빠, 아다치 선생과 아들 도시히코, 마리, 단팥죽 집 할머니 등이 지닌 사랑의 기쁨과 아픔, 경이로움이 판타지 동화 같은 별 닦이 토끼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아마도 귀엽고 예쁜 책 표지의 영향도 있을 테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의 별은 어디에 있을까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될 것이고, 내 사랑을 위해 열심히 별을 닦아줄 토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철없는 딸아이가 천조층짜리 집을 지어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같이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천조의 개념을 모르니 그저 하늘 높이 올라가 하나님과도 대화하고, 달나라 토끼하고도 놀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아이에게 현실을 가르치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하고 남편과 의견충돌도 있었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그날이 오면 아이는 이미 맘껏 환상의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으로 건조한 나날을 보낼 것 같은데... 요코 씨의 말처럼 사는 건 다분히 삭막해질 수 있는 여지가 많기에 우리 마음에 낭만을 위한 씨앗 하나 간직하고 사는 것, 좋지 않은가?
일본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몇 안 되는 소설의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성이나 이름으로 통일하지 않고 때로는 성으로, 때로는 이름으로만 읽어 동일인물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채 읽다가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아 다시 앞으로 가 읽는 일을 자주 하게 되어 좀 불편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말 상상력 하나는 따라갈 수가 없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며, 이 책으로 하여금 나를 지켜보는 낭만 토끼의 존재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게 해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