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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라라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7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음, 김경미 옮김, 정승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태어난 매력적인 등장인물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면서 작가의 어떠한 경험이 이러한 인물과 사건을 탄생시켰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러면서 나도 새로운 창작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하는데,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내게 큰 상상력을 선물해 주지는 않았다. 누군가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했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고 했는데, 나의 경험들에 대한 사유가 부족했던지 상상의 날개는 펴보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만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이가 어리면서도 엄청난 필력을 소유한 작가들에 대한 부러움이 크다. 나름대로 문화센터의 문예창작 강좌도 기웃거려보고 책도 많이 읽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내 머리와 손끝으로 나오는 창작물을 써보려는 의지마저도 꺾어버릴 만큼 상상력이 따르지 않거나 머릿속에 있는 말을 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에 요즘은 무언가 써보려는 시도를 아예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 「엄청나게 큰 라라」를 읽으면서 그 독특한 형식과 이야기 흐름에 정신없이 빠져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당장이라도 글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인다.
감수성 예민한 소녀 래니에게는 문제가 다분한 아버지와 세 오빠로 인해 인생이 그다지 즐겁지 않다. 하지만,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며 ‘라라’라는 인물을 탄생시키고, 등장인물, 배경과 갈등, 전환과 절정, 대단원에 맞게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글 속에서 라라를 이해하고, 라라를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열 살에 처음 쓴 글로 글쓰기 상을 받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고, 이후 아이들을 대상으로 순회강연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기쁨을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반쪽이의 육아일기와 정크아트 예술품을 순회전시하시는 작가 최정현 선생님에게서 초등학교 때 그림그리기 대회에 입상하면서 상 받는 것에 대한 기쁨에 자꾸 그림을 그리게 되고 직업으로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아이들에게도 글쓰기에 대한 부담도 늘어가고 있는데, 래니의 재미난 글쓰기를 읽다보면 아이들도 말랑말랑한 생각주머니에서 재미있고 독특한 주인공과 사건들을 글로 쓰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며 미래의 작가를 희망하는 꿈나무들이 많아질 것 같다.
더불어 엄청나게 큰 덩치로 인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라라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크나큰 이해심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외모지상주의’와 ‘나와 다름’, ‘왕따’, ‘이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어 이 한 권의 책으로 글쓰기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 상상력 등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