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생각하는 개구리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아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지간한 말들을 모두 익히고 자유자재로 내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한 어린 시절 이후로 수도 없이 많이 사용했던 ‘생각’이란 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 장정일 씨의 ‘생각(生覺)’이란 책을 읽고부터다. ‘살면서 깨닫다’라는 글귀가 제목 옆에 쓰여 있기에 ‘아하, 생각이란 뜻이 원래 이거였구나!’하고 순진하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다시 사전을 찾아보니 ‘사고, 분별, 마음먹음, 예측’등의 뜻을 지닌 한글이었다.

한자든 한글이든 ‘생각’은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참 싫어한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왜 그럴까?’하고 물으면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몰라요’라는 말이라도 하면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생각’을 하면서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세상을 살피고 내가 설 자리를 찾으며 충족감을 느끼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된 생각으로 나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에 참 안타깝다.

‘생각하는 개구리’ 시리즈로 ‘생각’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이와무라 카즈오의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장정일 씨의 ‘생각(生覺)’을 떠오르게 하고,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와 친구 쥐를 통해 생각으로 향하는 길에 한 걸음 내딛게 되었다. 이미 ‘생각하는 개구리’와 ‘또 생각하는 개구리’로 친숙해진 개구리와 친구 쥐는 일간지 4컷 만화를 통해 익숙해진 주인공들처럼 바라만 보아도 웃음이 묻어난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개구리를 염려하는 친구 쥐가 나뭇잎 우산을 씌워주며 함께 ‘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장면은 무언가 궁금한 것에 대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시원하게 답이라 생각하는 것을 건네주는 우리사회의 풍토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를 주면서 친구 쥐와 같이 비가 왜 내리는 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친구 쥐가 생각 끝에 말한 ‘목이 마르니까 내린다’는 짧게 생각하면 좀 어설픈 답 같지만, 생각하는 개구리와 함께 ‘누구의 목이 마를까?’로 생각을 넓혀 가다보면 너와 나, 나비, 자벌레, 지렁이, 달팽이, 독수리, 잠자리, 풀, 나무, 산, 강이 비를 필요로 하고, 이 비를 마심으로 기운을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계속해서 생명에 대해, 내 생명 이전의 생명과 나를 있게 한 생명에 대한 생각 역시 생명에서 생명이 생긴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절대불변의 진리를 깨닫게 하고, 나 이후의 생명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준다.

개구리와 친구 쥐의 대화를 들어보면 꼭 어린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엄마를 끊임없이 귀찮게 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물론 나는 생각하는 개구리만큼 생각을 깊이 하지도 않고, 친절하게 답할 수 있는 인내심도 짧았기에 몇 번 대꾸해주다 말머리를 돌려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어제 그리고 오늘, 비가 참 많이 내린다. 아이와 함께 학교 도서실에 오는 길에는 생각지 못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는 ‘이 비는 왜 내릴까?’에 대해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까? 이번엔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꼬리를 자른다거나, 내 생각만을 이야기하느라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에도 찬찬히 귀 기울이고 맞장구쳐줘야겠다. 그래서 아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잃지 않도록,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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