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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콩닥 사랑인가요? - 지민이 이야기
김민영 지음, 박진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6월
평점 :
결혼도 그랬지만 아이를 낳는 것도 나의 인생계획에 들어있지 않았었다. 손가락이 길어 깍지 낀 손이 보기에 참 예뻐서 마음이 콩닥콩닥, 내가 좋아하는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과 ‘알 수 없어요’를 낭송하는 모습에 또 다시 콩닥콩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나는 한비야님처럼 세계를 발아래 둘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전국곳곳을 떠돌아다니는 자유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런 딸이 벌써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니,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은 이렇게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애가 타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만큼 나를 변화시켰다.
첫 사랑은 커녕, 짝사랑도 안 해보고, 그 흔한 소개팅 한 번 안할 정도로 이성간의 교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나에 비해 올해 아홉 살이 되는 딸아이는 많이 다르다. 이미 여섯 살 때부터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잘생긴 남자친구를 2년 동안 좋아했던 전력이 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개구쟁이지만 귀엽고 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 폭력적이지 않은 친구를 마음에 담고 있는 걸 안다.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기면 하나씩 챙겨서 가져다주고 싶은 그 마음이 예쁘기도 하지만, 이성에 대한 호감을 너무 일찍 경험하게 된 건 아닌가하고 아주 조금은 걱정이 된다.
「콩닥콩닥 사랑인가요? - 지민이 이야기」는 지민이가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선물해 준 여울이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움직임과 아들의 사랑을 지켜보며 혼란스럽거나 힘들어하는 부분 앞에서 도움을 주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여울이만 보면 가슴이 뛰고,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까 고민하면서 여울이로 인해 하루하루가 마냥 설레는 지민. 용기 내어 여울이에게 고백했지만 오히려 더 멀어지고, 반장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며 너무 속상한 지민에게 엄마는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것임을, 여울이로 인한 예쁜 추억이 생긴 것에 오히려 감사하고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마치 카운슬러와 클라이언트와의 대화 기록을 수록한 듯한 독특한 형식에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이나 좌절에 대한 단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마음 사전’과도 같은 책 「콩닥콩닥 사랑인가요? - 지민이 이야기」는 한창 이성에 대한 호감에 눈을 뜨는 아이들에게 그 감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아름다운 것을 가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다룬 특별한 책이었다.
일곱 살 무렵부터 ‘사랑과 결혼’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던 남편 덕분에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니?’하고 물으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마음이 넓은 남자’를 첫째 조건으로 꼽는 딸아이의 대답이 마냥 흐뭇하기만 한 고슴도치 엄마는, 우리 아이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했으면 하는 바람과 그 사랑의 결실로 인해 더 큰 행복을 맛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 한 편, 너무 쑥쑥 커버리는 딸이 아쉽기도 해 마음 한 쪽이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