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 호랑이
이어령 엮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범이 물어갈 놈!”

이제 4년만 있으면 100살이 되는 할머니가 심심찮게 쓰시는 욕이다. 어렸을 때는 듣기 싫었지만, 내가 어느 정도 나이 들고부터는 욕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재미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할머니 욕 속에 등장하는 ‘범’을 여태 호랑이로 알고 있었는데 범과 호랑이가 다른 동물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호랑이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십이지신 호랑이」의 서두인 호랑이의 생태와 어원을 보면 엄연히 표범과 구별이 되는 호랑이가 어떻게 범이라 불리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범’이 곧 ‘호랑이’가 될 수 있었는지 어이없어하는 글을 접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도 앗아가는 맹수인 호랑이지만, 우리 민족에겐 더 없이 친근한 존재인 호랑이. 때문에 호랑이에 대한 무수한 민담과 신화 속에서 때로는 영웅의 보호자나신의 사자로, 때로는 어리석음이나 보은의 존재로 등장하는 호랑이. 이 책은 이러한 호랑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얼마 전, 어린이 신문에서 ‘호작도’를 다룬 기사를 보고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와 맹수인 호랑이가 어째서 한 그림 안에 있을까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처음 중국에서 그려졌던 이 그림은 원래 까치와 표범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한자는 다르지만 ‘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 보와 표범의 표자 발음이 ‘바오’로 같기에 함께 그렸는데,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표범이 호랑이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훨씬 친숙하고 영향력 있는 호랑이가 표범을 밀어낸 것이다.

이와 같이 호랑이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것이 「십이지신 호랑이」이다. 편집을 맡은 이어령 선생님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호랑이에 대해 집필한 글들을 발췌해 한데 묶었다. 호랑이의 생태와 어원,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와 신앙, 예술과 호랑이, 호랑이와 일상생활 이렇게 5부로 나누어 그간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거나 알고 있던 호랑이에 대한 실체를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꽤 많은 옛이야기를 접하며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 책 속에 담긴 호랑이 이야기 중에는 모르고 있던 것들도 상당해 옛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도 더해준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만 하더라도 가히 ‘호랑이의 나라’라 일컬어지던 우리나라가 역사의 아픔 속에서 호랑이의 자취도 사라져버린 지금,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있는 이 책으로 그 옛날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Korean tiger'를 만나보고 나니 호랑이가 살아 온 산을 휘젓고 다니던 시절은 아니지만, 그 기개만큼은 마음속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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