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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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봤는데 답을 아는 건 하나도 없고, 급식으로 나온 점심밥도 맛이 형편없어 먹고 싶지 않지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주방 선생님 때문에 억지로 먹는다. 수업시간엔 짝꿍이 먼저 약을 올려 대응했을 뿐인데, 선생님은 나만 혼내시고, 집에 가야 할 시간엔 비마저 주룩주룩∼. 아, 불운은 여기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집에서는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이 엄마 아빠가 불을 뿜으며 싸우신다. 그리고... 저녁밥을 남겼다고 엄마한테 또 혼나고. 침대에 누우니 눈물만 훌쩍훌쩍.

이야!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집안이 온통 눈물로 가득차고 급기야 거리를 가득 메워 파도를 일으킨다. ‘눈물바다’다. 침대를 타고 눈물바다를 지나가며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이 허우적대는 모습을 바라보는 맛이 정말 짜릿하다.

엄마아빠도 눈물에 휩쓸려가고, 얄미운 짝꿍도 눈물바다에서 꼼짝 못하다. 인어공주는 신나게 헤엄을 치고,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노아 할아버지와 동물들은 엄청난 눈물에 놀란다. 상어에게 잡아먹히는 피오키오, 전봇대 위에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망연자실한 스파이더맨, 자라 등에 올라탄 토끼,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심청이가 뱃전에서 뛰어내리려 손으로 눈을 가린다.

캬! 정말 신이 났지만, 찬찬히 돌아보니 눈물바다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방 선생님도, 엄마아빠도, 짝꿍도. 침대보를 벗겨 이들을 한데 모아 끌어 올려주고 잘 말려준다. 

실컷 울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져 속이 시원해진 주인공. 눈물이 주는 정화작용 덕을 톡톡히 보았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화가 나면, ‘엄마, 나 좀 울고 싶어.’하며 제 방으로 들어가 흐느껴 우는 여덟 살배기 예민한 우리 딸아이가 생각나 웃음 짓다가 아무도 몰라주었기에 너무나 슬펐을 주인공의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도 아프다.

아기 때 너무 울어서 할머니가 개구멍에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낼 만큼 무지막지하게 울어대던 버릇이 마흔이 다 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지 툭하면 눈물이 나는 게 좀 창피했는데, 그냥 훌쩍이지 않고 펑펑 울어서 내 안에 쌓인 감정의 쓰레기들을 모두 흘려보낼 수 있도록 울 기회가 생기면 ‘무지막지’하게 한 번 울어볼까?

직접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책을 보고 있는 동안 내가 펑펑 울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시원해지는 게 아주 좋다. 게다가 익살맞은 그림과 그림 속에 배치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눈물바다」는 유쾌함과 동시에 후련함까지 선물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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