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 산타 마을이 있다 맛있는 책읽기 8
서희 지음, 양은아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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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를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딸아이가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썼다. 무슨 이야기를 쓰려나하고 옆에서 지켜보니 할아버지와 큰아빠가 담배와 술을 끊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글을 쓰면서 이 소원만 들어주면 자기 선물은 안 받아도 된다고 말해 참 많이 컸구나, 대견하구나 하며 무척 흐뭇해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양말을 걸어놓으라 했더니 그대로 따른다. 아침에 일어나 양말 속을 살펴보던 딸은 평소에 몇 번 하고 싶다고 말했던 ‘스킬 자수’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고 묻는다.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걸 모르면 산타할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말에 금방 수긍하며 스킬 자수를 열심히 배우는 딸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상이 좀 더 기대할만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오래오래 믿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산타할아버지는 어디 사실까? 무엇으로 아이들의 소원을 알아내실까? 산타할아버지는 이렇게 넓은 세상의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선물을 모두 나눠주실까? 날개도 없는 순록이 어떻게 하늘을 날아다닐까?’ 등등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딸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었던 빈곤한 상상력을 가진 엄마인지라 참 난감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서랍 속에 산타 마을이 있다」를 읽었으니까.

끈기라면 약에 쓸래도 찾아볼 수 없는 아이 뭉치. 늘 엄마의 잔소리를 한 사발쯤 듣고 나면 다니기 싫은 학원을 그만두는데 성공할 수 있었는데, 피아노 학원은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화가 나기는 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 모두 끈기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뭉치. 어느 밤, 피아노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깨어 만나게 된 산타할아버지를 따라 서랍 속을 통해 산타 마을을 가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제외하고는 서랍으로 아이들의 집을 드나드는 산타할아버지. 인형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성품을 알아보고,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을 생각만 하면 우체국 앞 화분에 엽서로 피어나는 신기한 산타마을에서 산타할아버지의 조수로 일을 돕게 된 뭉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싫증을 느껴 조수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타마을을 드나들기 위해 평소에 하기 싫어하던 숙제나 공부, 학원을 더 열심히 다녀 엄마에게 칭찬을 받고 보니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를 깨닫고 다시 산타마을로 찾아가 크리스마스 이브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일을 도우며 선물을 배달하기에 이른다.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많은 호기심을 충족하고 좋은 생활 습관까지 얻게 된 뭉치는 어쩌면 지금의 산타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10대째 산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 책을 읽고 나면 이 정도의 상상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꼭 책이 나오기 전에는 이런 재미나고 기발한 생각을 하지 못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나중에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 말하는 발칙한(?) 꼬맹이를 보면 꼭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왜? 그 꼬맹이에게 ‘행복한 기다림’을 선물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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