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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야 누리야 ㅣ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
양귀자 지음, 조광현 그림 / 살림어린이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양귀자가 동화도 썼어?”
「누리야 누리야」를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남편이 묻는다. 결혼 전부터 나는 ‘모순’과 ‘희망’, 그리고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고, 남편은 ‘모순’과 ‘천년의 사랑’을 읽고 양귀자의 팬이 되었었다. 그러니 동명의 작가가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썼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관심 가는 건 당연한 일. 나 역시 그런 이유로 모 대형마트의 도서코너에서 처음 「누리야 누리야」를 발견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부터 누리는 내 삶속에 순간순간 고개를 내민다.
아홉 살 어린나이에 아빠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 충격에 정신을 놓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엄마 때문에 고아가 된 나누리. 가까운 친지도 이웃도 누리를 보살펴줄 수 없기에 혼자서 집을 지키며 엄마를 기다리지만, 동네 사람들이 누리를 고아원에 보내려는 계획을 알아차리고 직접 엄마를 찾으러 길을 떠난다. 집만 떠나면 엄마를 금세 찾을 것 같았던 생각과는 달리 험난한 여정이 누리를 지치게 하고,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 엄마를 찾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에 떤다.
누리는 세상에서 맞닥뜨린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한테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누리의 노력은 때론 희망이 되기도 하고 용기가 되기도 해, 점박이 아저씨에게 붙들려 굶주리고 학대당하던 아이들이 모두 고통에서 함께 벗어날 수 있도록 힘쓰고, 병으로 동생을 잃은 영발이 오빠에겐 다시 살아온 동생처럼, ‘누고’할아버지에겐 그 마음의 강박함을 따사로운 햇살처럼 어루만지는 손녀가 된다.
이야기에 앞서 <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슬픔도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는 작가의 말처럼, 누리에게 닥쳤던 수많은 슬픔과 어려움은 누리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고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이런 슬픔과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나, 그렇지 못한 형편에 놓여있다면 그 슬픔의 에너지가 분노로 옮겨지지 않도록, 그 슬픔에 지쳐서 좌절하지 않도록 ‘누리’를 보며 삶의 힘을 얻어 다시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