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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선물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11
정성란 지음, 황종욱 그림 / 바우솔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구성져.”
나보다 먼저 「씨앗 선물」을 다 읽은 딸아이에게 책의 느낌이 어떠냐고 물으니 아주 구성지단다. ‘구성지다’라... 흔하게 쓰이는 말도 아니지만 낯선 말도 아닌데 왠지 서글픈 느낌이 나는 단어라 생각하며 잊고 지내다 이틀이 지난 오늘 「씨앗 선물」을 읽었다. 아릿한 느낌과 아들을 향한 엄마의 한결같은 사랑의 마음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와 전해진다.
입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하시던 아빠가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와 과로로 안타깝게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준서는 아빠 없이 맞는 처음 생일에 ‘씨앗 선물’을 받게 된다. 받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만 적혀 있고 보낸 이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씨앗 선물. 그 후로도 해마다 준서의 생일 즈음이면 꽃씨 선물을 받게 되고 그 때마다 준서는 누가 그 씨앗을 보냈을까 궁금해 하며 엄마를 비롯해 할머니, 고모, 이모 등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들을 유심히 살핀다. 하지만 끝끝내 꽃씨를 보낸 이는 밝혀지지 않고 날마다 물을 주어야 하는 귀찮은 선물이 못마땅하기만 준서. 그러나 열 살 때 받은 꽃씨가 족두리꽃임을 알게 되고 무수히 많은 싹을 틔워 모종이 된 것을 이웃들에게 분양하며 꽃씨 선물도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동안 꽃씨 선물을 받아 왔기에 더 이상 누가 보낸 건지 궁금해 하기보다는 어엿한 가장이 되어 아빠가 되어서도 준서는 여전히 생일 즈음에 받는 꽃씨를 정성들여 심고 분양을 한다. 그리고 준서가 34살이 되던 해 이후로 꽃씨 선물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정확히 준서의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해부터이다. ‘씨앗 선물’은 아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아무리 지극하다 할지라도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없기에 그 안타까움을 꽃씨로 위로해주고자 했던 엄마의 마음이었다.
짠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은 후에야 딸아이가 썼던 ‘구성지다’란 말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 사전에서 찾아보니 ‘천연스럽고 구수하며 멋지다’이다. 아이가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했을까? 나도 여태 쓸쓸하고 서글픈 느낌을 갖는 의미로 알고 있었는데... 알 수 없지만, 책의 내용이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고도 충분히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런 글이라 이 표현도 맞지 싶다.
늘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물 말고 무언가 마음에 오랫동안 간직될 만한 선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물론 우리 딸아이에게 보내면 같은 책을 읽었기에 금방 눈치 챌 테니 딸에게 사용하는 것은 안 되겠고, 반대로 평생 자식들 생각에 가슴 졸이며 사셨을 엄마에게 씨앗 선물을 해야겠다. 마침, 엄마의 생신도 씨앗 심기에 좋은 봄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