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실크 팩토리
타시 오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라면 속속들이 잘 안다.’

 

가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과연 그럴까? 가능한 일일까? 한 사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를 이룬다고 할 만큼 저마다의 독특함과 보편적인 면이 어우러져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타인은 오죽할까? 그런데도 ‘그 사람을 잘 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를 새롭게 인식해야하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 내지는 잘 못 알고 있던 것을 인정하기 싫은 두려움 때문은 아닌지.

여기에 한 남자를 두고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있다. 「하모니 실크 팩토리」는 지칠 줄 모르는 열기로 가득한 말레이시아의 한 협곡에서 50여 년의 세월에 걸쳐 살아있는 전설이 된 중국인 조니 림에 대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쓴 글이다.

아들 재스퍼에게 조니 림은 시류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잔혹한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추악한 인물이었다. 새장 속에 갇혀 쇠창살 너머로만 세상을 관찰하는 게 허락되었던 부유한 집안의 딸인 스노에게 조니 림은 알 수 없는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온, 그래서 첫 사랑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상대로 결혼까지 감행하도록 만든 사람이었다. 유일한 친구(서로에게)라 할 수 있는 피터에게 조니 림은 대자연의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발산하는 순수함의 극치로, 아내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해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불사할 이였다.

자신이 태어남과 동시에 생을 마감한 아름다운 어머니에 대한 동경과 무뚝뚝한 아버지에게서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시절을 보내며 아버지를 극도로 혐오하는 아들 재스퍼가 아버지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 융화되지 못한 결혼생활로 괴로워하며 이별을 생각하는 아내 스노의 일기장, 친구의 아내를 연모했고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멀어져 죽음을 기다리는 피터의 회고로 조니 림이라는 사람은 사기꾼과 반역자로, 무능한 남편으로, 해맑은 소년으로 비추어진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관심가지 않았던 나라 말레이시아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불안한 세계 정국을 배경으로 한 남자를 조명한 타시 오의 「하모니 실크 팩토리」는 화자들의 글과 이야기 속에서 중첩되는 부분들을 통해 개개인의 섬세한 심리와 한 조각 한 조각 이어 붙여 조니 림이라는 퍼즐이 완성되는 즐거움과 긴장감,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처녀작을 통해 보여주는 세세한 장면 묘사와 치밀한 구성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의 탄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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