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뽑은 반장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3
이은재 지음, 서영경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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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름 이루리와 이로운, 참 예쁜 이름이다. 루리와 로운이에게 이렇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게 살기를 소망하셨을 거다. 내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남편과 함께 고민하며 ‘가온(可溫)’이란 이름을 지었을 때, 우리 딸아이가 세상의 중심이 되기를,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되기를 소망했다.*^^*

이처럼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지어주신 이름을 가진 ‘이로운’이 공부는 뒷전이고 다른 친구들을 골탕 먹이는 재미로 살아 ‘해로운’이란 별명을 가졌으니 정말 어이가 없다. 「잘못 뽑은 반장」의 주인공인 로운이는 4학년 2학기의 첫 날, 재미없고 피곤한 학교에 다시 다녀야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쌍둥이 누나를 특수학교 스쿨버스에 타는 곳까지 데려다줘야 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짝꿍이 된 백희가 로운이와 짝이 된 게 싫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고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2학기 반장을 뽑는다는 소식에 누가 되었으면 좋겠냐고 묻자 ‘너만 아니면 돼!’라고 매몰차게 말함으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

유일하게 마음이 통하는 친구 대광이와 장난삼아 반장 선거에 서로 추천을 해보자고 말했는데, 어쩌다 소문이 나 친구들과 선생님은 물론 엄마한테도 비웃음을 사게 된다. 으, 정말이지 진짜 반장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다보니 오기가 발동해 진짜 반정선거에 도전을 하게 된다. 만만하게 보이는 친구들을 협박하고 회유하며 4학년 5반의 머슴이 되겠다는 공약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으니... 이렇게 해서 이로운이 반장이 되었다. 반장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제 버릇을 고칠 수도 없는 일이라 눈총을 밥 먹듯 하고 괜히 반장이 되어 귀찮은 일만 생겼다며 투덜대던 로운이는 정말 ‘잘못 뽑은 반장’이었다. 하지만 반장선거에 출마할 당시의 오기가 제대로 자리를 찾아왔으니, 다름 아닌 제대로 된 반장 노릇을 하고자 하는 데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1학기 때 반장이었던 제하와의 거듭된 트러블과 열심히 노력을 해도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친구들이 있어 반장노릇이 쉽지 않지만, 학급 전체가 맞게 된 위기에서 피하지 않는 용기와 나와 달라도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이 로운이를 ‘잘 뽑은 반장’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잘못 뽑은 반장’에서 ‘잘 뽑은 반장’으로 가는 그 시간 동안 로운이는 친구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장애를 지닌 누나에 대한 생각과 늘 누나를 편애하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달리하게 된다. 1학기 반장이었던 제하의 위용이 무너질 때마다 로운이가 유리해지는 설정이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정말 잘나고 똑똑한 사람만이 반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좀 부족해도 서로 돕고 이해하면 누구나 좋은 반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기분 좋게 전달된다. 우리 아이들이 반장을 뽑고 뽑힌 반장을 도와 원활하게 학급을 운영해 나가는 연습을 통해 자라서는 좋은 지도자를 뽑고, 그 지도자를 도와 살만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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