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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이야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중요시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틀 안에 갇힌 사고에서 깨어나게 하는 교육이 대세지만, 내가 자라던 어린 시절엔 정말 상상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늘 해가 지도록 땅을 파고 온 동네를 휩쓸고 다니며 산과 들을 지치지도 않게 뛰어다녀서 즐거움과 함께 정서적인 안정감이나 풍요로움을 누리긴 했어도 그 속에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상상이나 창의적인 활동을 했던 기억은 없다. 어른들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속의 말하는 동물이나 둔갑하는 여우 정도가 내가 알고 있던 상상의 최대치였던 초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을 처음 보면서 느꼈던 문화적인 충격은 정말 대단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나 ‘은하철도 999’,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만화를 통해 끝없는 상상의 나라를 경험했던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잊히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많은 책을 사주고 읽어주었다. 내가 읽어보지 못했지만 텔레비전에서 보고 흠뻑 빠졌던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큰 아이는 신기하게도 읽었던 책 외의 다른 책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또 더 많이 알고 싶어 했다.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한 방법으로 같은 내용의 책을 유아기 대상으로 만든 책에서 학령기 아동이나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책으로 구해주면 아이는 좀 어려운 내용이나 꽤 긴 분량에 개의치 않고 책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의 출판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음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의 역사도 100년이면 책으로 수십 권을 쓴다고 하던데, 하물며 전 세계의 독자들을 열광하게 한 책이라면 오죽할까. 게다가 그 이야기가 뮤지컬로 연극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종횡무진 활약한 주인공이라면 더 말해서 무엇하랴... 가끔 역사서나 전문 서적을 읽을 때 주석이 달린 것을 보았지만, 이처럼 깊이 있고 광범위한 주석은 처음 보았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신비한 여행을 하다 집으로 돌아온 도로시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전혀 주석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단어나 문구 하나에도 시대와 관련한 설명이 자세하게 실려 있다.
책의 본문에 앞서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를 소개하며’에는 작가 프랭크 바움과 그림을 그린 덴슬로우에 대한 전기와도 같은 소개와 오즈의 마법사가 탄생한 집, 출판사, 100여 년 전의 뮤지컬쇼를 홍보하는 포스터, 수차례 영화로 제작된 사진자료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짧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페이지에 달하는 긴 주석을 피해 동화 내용만 보물찾기하듯 찾아 읽던 딸이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스치듯 지난 주석을 다시 되짚어가며 읽었다. 나 역시 동화의 내용을 먼저 읽으면서 관심 가는 부분의 주석을 읽었는데, 주석을 단 히언이란 청년의 박학다식함과 노력, 그 열정에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와 덴슬로우의 그림이 히언의 주석으로 더욱 빛나는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