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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와 밀루 ㅣ 책꾸러기 10
최영미 글, 김상희 그림 / 계수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아빠의 전근으로 갑작스레 전학을 오게 된 연수의 뿌루퉁한 마음은 친구들의 특별하고도 따뜻한 환영식 덕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즐거움으로 넘쳐난다. 전교생이 90명뿐인 이 작은 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를 잘 알고 지내며 새로 전학 온 연수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서며 관심을 가져주었기에 형제가 없는 연수는 정말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연수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는데, 바로 필리핀에서 엄마를 따라 전학 온 ‘밀루’ 형이다. 안 그래도 제목이 「연두와 밀루」인데, 주인공들은 언제 나오나 궁금하던 차에 밀루가 나와 반가웠다. 밀루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발음이 잘 안 되는 밀루 형이 연수를 ‘연두’라고 불러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인 악동들이 등장해 밀루를 괴롭히고 그런 밀루를 보며 안타깝긴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 나서지 못한 일, 요리경연대회에서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 오지 못한 밀루로 인해 상을 받지 못한 일,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달리기 연습을 할 때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면서 잠자리같이 하늘을 나는 것만 보면 연습이란 걸 까맣게 잊고 쫓아다니는 밀루를 보며 답답해 한 일들로 인해 밀루를 향한 미움이 더욱 커지지만, 날아다니는 것을 쫓는 이유가 ‘향수병’ 때문임을 알게 된 연수는 어렸을 때 잠깐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살던 때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생각해내며 밀루를 이해하게 된다.
가을 운동회 날, 연수가 선물한 운동화를 신고 열심히 달린 밀루를 응원하는 전교생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의 승패가 아닌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하나가 되는 것’임을 알게 되는 귀한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와! 정말 이런 초등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학년 신입생이 들어오게 되면 제비뽑기를 해서 ‘형제자매 맺기’를 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고, 전학 오는 친구에게는 예쁘게 접은 종이비행기 안에 자신을 소개하는 이름과 특징 그리고 환영의 인사말을 써서 하나씩 펴 보며 어색함을 잊게 만들며 텃밭에 심은 채소로 급식에 이용하고,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마을의 잔칫날인 ‘운동회’가 살아있는 그런 초등학교 말이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아이도 이렇게 사랑 넘치는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며 학교 도서관이나 학급 문고에 ‘연두와 밀루’가 없다면 내가 챙겨 넣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타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떠올랐다. 일본인 가정의 아이들은 거의 티 나지 않지만 피부색 하나로 확연히 차이 나는 두 아이. 둘 다 까만 피부에 커다랗고 쌍꺼풀이 짙은 아름다운 눈을 가진 초등학교 1학년인데, 엄마들이 필리핀인이다. 두 엄마 모두 고학력자이고 한국말을 꽤 잘하시는데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수준이 우리나라의 보통 엄마들과는 차이가 나기에 수업시간에 말과 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 안타까운 때가 많다. 그 중 한 아이의 엄마와 교환 수업을 하고 있다. 영어지도사로 일하시는 분이어서 일주일에 한 번, 딸에게 영어를 지도해 주시고 나는 그분의 아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덕분에 딸아이도 피부가 까만 오빠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일 없이 스스럼없이 대하며 논다.
밥과 불고기, 육개장을 좋아하고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며 또래들과 놀이에 빠지다 보면 엄청 커지는 목소리까지 우리나라 아이들과 다른 부분이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라며 부딪히게 되는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자라길 기도하고 미약하지만 나의 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또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나와 다른 사람을 무조건 무시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