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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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

화질도 좋지 않고, 그림의 움직임과 성우의 대사가 딱딱 맞아떨어지지도 않는 70∼80년대 만화를 여태 그리워하는 것을 지금처럼 각양각색의 매체가 발달한 세상에서 사는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추억의 만화 ‘빨간 머리 앤’은 고등학교 시절 10권이나 되는 ‘빨간 머리 앤’ 시리즈를 밤 새워 읽게 만들었고, 앤과 같은 사랑 많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고 앤과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소망하게 만들었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만화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일곱 살 난 딸아이에게 ‘빨간 머리 앤’에 대해 이야기해주곤 했다.


행복한 추억이 있는 만화와 책이라 할지라도 일부러 ‘빨간 머리 앤을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는데, 올해가 ‘빨간 머리 앤’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출판사마다 각양각색의 ‘빨간 머리 앤’을 출간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빨간 바탕에 마차를 모는 매슈의 옆에 앉아 꽃이 활짝 핀 벚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작지만 꽤 두툼한 ‘빨간 머리 앤’. 책을 펼치기도 전에 나는 벌써 ‘빨간 머리 앤’과 사랑에 빠졌다. 어린 시절 만화로 만난 앤을 사랑하게 되었던 것처럼.


원하던 사내아이가 아니었기에 실망하고 당황했던 매슈와 마릴라에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스러움으로 ‘가족’ 이 된 앤, 풀 한 포기, 바람 한 줄기, 햇살자락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들으며 사랑할 줄 아는 앤, 우정과 사랑에 대해 진지한 앤, 때론 맘에 들지 않아도 어른께 공손해질 수 있는 앤,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용서할 수 있는 앤.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얼마나 새롭겠어?’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푹 빠져 나도 앤과 같이 울고 웃으며 어린 아이에서 숙녀로 자랐다. 그리고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의 감동은 어린 시절 내 빈약한 감성과 달리 훌쩍 자란 감성 덕분에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예쁜 책 모양에 반해 딸아이가 ‘내 책이야.’라며 가지고 가서 나보다 먼저 읽었다. 깨알 같은 글씨라 걱정도 되었지만,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만 하루만에 500여 페이지나 되는 장편을 모두 읽고는 제가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명작 동화에서 ‘빨간 머리 앤’을 가지고 와 또 읽었다. 어이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왜 두 권을 동시에 읽느냐고 물었더니, 어떤 게 다르고 어떤 게 같은가 궁금했단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뭐, 빨간 머리를 초록머리로 물들인 것은 똑같네.” 내 마음 속에서는 어떤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어? 어느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 이런 질문들이 가득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딸아이가 나와 같은 책을 읽으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니까.


살면서 어딜 가든 꼭 나와 같은 이름이 있어서 앤처럼 이름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아있고 지금도 내 이름이 좀 예쁘고 특이한 이름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랬기 때문에 딸아이를 낳으면서 시아버님께 정말 죄송하지만, 내 아이 이름만은 내가 짓는다고 선포(?)를 하고 ‘가온’이란 예쁜 한글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직 우리 딸 가온이는 자신이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갖게 된 것이 ‘빨간 머리 앤’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산 엄마 덕분이라는 것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 모녀의 눈에 들어와 마음에 남은 ‘빨간 머리 앤’의 감동은 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계속 될 것이며, 몇 번씩 다시 읽게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빨간 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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