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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 지고! : 자연 ㅣ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
박남일 지음, 김우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10월
평점 :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딸따니’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막연하게 고향인 전라도 사투리려니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순 우리말을 검색하다가 어린 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코앞이나 이제 만 두해 남짓 지나면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도 엄마가 나를 아직 딸따니라고 부르는 게 싫지 않으니 엄마와 딸 사이는 갓난아기일 때나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서나 꼭 같은 크기의 존재감이 지속되어지는가 보다. 아주 큰 사랑의 존재감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테지만, 정작 그 아름다운 말을 시기적절하게 잘 사용되어지지 않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한자영역권인 우리나라이기에 한자의 뜻과 음을 무시할 수 없지만, 순 우리말로 의미가 전달되는 말만이라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쓴다면 점점 퇴색되어지고 가벼워지고 있는 우리말의 무게가 좀 더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해가 돋기 시작하는 해돋이와 갓 돋아난 돋을 볕, 해가 지는 해넘이, 추운 겨울날 한 가닥의 볕도 마음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작은 볕 조각 볕뉘, 날이 새는 동쪽은 새쪽이니 새쪽에서 불어와 샛바람, 서쪽은 하늬이니 하늬쪽에서 불어와 하늬바람, 오랜 가뭄 끝에 조금 내려 풀풀 날리는 먼지나 겨우 재웠다는 비라서 먼지잼, 초겨울에 내리다 말아 시시한 첫눈인 풋눈, 발목이 푹푹 빠질 만큼 쌓인 잣눈, 사람 키만큼 쌓인 길눈...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자연 편「뜨고 지고!」에는 눈으로 보아도 정겹고 입술 밖으로 표현되어지면 더욱 맛깔 나는 우리말이 수록되어 있다. 뜨고 지고! 말 그대로 해가 뜨는 순간부터 해가 지는 때까지의 무수한 자연의 변화와 관련한 우리말이 동시의 표현을 빌리고, 투박하지만 정겨운 그림과 함께 실려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말을 배우고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통곡하실 만큼 우리 한글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뱉는 청소년들과 출처를 알 수 있는 이상한 통신언어, 쓸데없이 남용되는 외국어를 접할 때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쁜 말이니까 사용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게 보는 세상에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우리말 하나씩 가르쳐주면 조금이라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