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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 - 허수경 자전 에세이
허수경 지음 / 문학사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TV나 라디오를 거의 접하지 않고, 연예인들의 일상에 대해 쉼 없이 올라오는 인터넷 게시물도 거의 클릭하지 않기에 누가 누구랑 이혼을 하고, 누구와 연애를 하며 어떤 곤경에 처했는지, 누가 인기가 많은지 도통 알지 못하는 나다. 때문에 20대 초반에 MC로 활약하던 방송인 허수경씨가 이혼을 두 번씩이나 했다는 것, 비혼모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잠시 충격에 빠졌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결혼과 이혼, 재혼 등이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일개 연예인의 이혼이 뭐 대수냐 싶겠지만, 청초한 이미지와 정감어린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살갑게 다가왔던 허수경씨의 영상이 순간적으로 스치면서 ‘두 번의 이혼과 비혼모’라는 몇 안 되는 단어 속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상실이 있었을까,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데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내야 했으면서도 남몰래 숨죽인 눈물과 한숨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니, 결혼 후 한두 번쯤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 없듯이 나 역시도 그러한 때가 있었기에 정말 남일 같지 않고,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의 동질감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공인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퍼부어지던 악플과 비혼모라는 것에 대한 도덕적 반대 입장, 종교적 시선 등으로 보아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허수경씨의 삶은 그녀의 책 「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에서 꾸밈없이 드러난다. 어떤 사람들처럼 ‘이젠 다 용서했다. 오히려 감사하다’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고 그간의 아픔과 아이를 갖고픈 개인적 욕심이 혹여 딸 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의 절박한 기도는 함께 별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로 향하게 된다.
방송 일과 육아, 집안의 맏딸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느라 육아일기장도 몇 달을 손대지 못할 만큼 정신없으면서도 책을 내게 되었던 이유는 10년 후, 20년 후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이 잊히거나 아득해질까봐 조바심이 나서였다고 한다.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과거를 정리하면서 아이가 주는 기쁨에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넘쳐나는 일상들, 거기에 훗날 별이가 자랐을 때 전해질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들을 읽으면서 수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기쁠 때보다 아플 때 더 많이 사랑해라’는 인생선배인 허수경씨가 내게 주는 귀한 선물이다. 아픔을 주는 모든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을 소원하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사는 내게 좀 더 처절하게 사랑하라고 가르쳐 준다. 생명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때에 그녀의 뱃속에서 죽어간 아이들, 어렵게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별이를 보며 정말 평범하게 건강하게 내 딸로 태어나준 가온이가 말로 표현못할 만큼 고맙다. 가장 힘들고 아플 때에도 여전히 그녀를 지지하며 다독여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은 지금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하시며 자식들을 사랑해주시는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결국 나는 한 여자가 바닥을 친 고통 속에서 헤매다 찾은 고귀한 깨달음들로 내 마음에 기쁨을 얻고 길을 찾게 된다. 나의 남은 삶도 지금까지 지내온 것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굴곡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거나 뛰어넘을지언정 뒷걸음치지 않고 주저앉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허수경씨, 엄마아빠가 모두 있는 상태의 축복 받은 탄생이 아니어서 말들이 많겠지만, 그 이유만으로 허수경씨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그래서 별이가 불행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아빠가 모두 있어도 준비되지 않은 결혼과 육아로 인해 실험실의 쥐처럼 육아실습대상 아이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에 비하면 허수경씨는 정말 준비된 엄마라고 봅니다. 훗날, 20년이나 3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아름답고 행복한 모녀 허수경씨와 별이의 이야기를 읽고 싶습니다. 파이팅∼”
바닥을 친 고통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