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님 걸으신 그 길 - 톰 라이트와 떠나는 성지순례
톰 라이트 지음, 강선규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어머님은 막내아들을 임신했을 때 처음 기독교 신앙을 접하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게 살던 1970년대 초, 신앙심은 시어머님께서 고단한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부여잡을 수 있었던 튼튼한 밧줄이 되었고 칠순이 가까워진 지금도 시어머님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이 되었으며, 때론 전부와도 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시어머님의 믿음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는 주일예배와 속회예배 드리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하는데, 시어머님은 주일 예배는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새벽예배와 수요예배, 철야예배 등에 빠지시는 일이 없다. 가끔은 왕복 5-6시간에 걸쳐 OOOO기도원에 다녀오시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강도 좋지 않고 날씨마저 좋지 않을 때 그렇게 다녀오시면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화가 끓어오를 때도 있었다. 기도하러 가시는데 집 가까운 교회나 집에서 하시면 되지 왜 생고생을 해가며 다녀오시냐고 물으면 ‘기도원에 다녀오고 나면 몸은 피곤할지 몰라도 마음이 그렇게 기쁘고 평안할 수 없다’고 하신다.

  「내 주님 걸으신 그 길」의 저자인 톰 라이트는 할아버지가 부주교였고, 자신이 태어난 곳이 1,500년 이상 순례지로 유명한 영국 기독교의 요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순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출석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톰 라이트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과 장소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후 ‘어떤 장소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추구하고 씨름했다면 그 기억은 그곳에 그대로 남아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되살아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후 예루살렘 성묘교회를 방문해 예수님이 돌아가신 곳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조용한 예배당에서 묵상과 기도를 하며 예수의 임재를 다시 경험한다. ‘어떤 장소에서 행한 하나의 행동이 지난 세월의 소망과 두려움을 모두 끌어 모은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감지할 수 있었던 이 경험을 통해 순례에 무관심했던 톰 라이트는 순례자가 되었다.

  특정 장소에 가면 저절로 상급을 받게 된다는 식의 오용이 있을 수 있지만, 바르게 접근하기만 하면 순례여행이 진정한 은혜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주님이 걸으신 그 길을 따라가도록 도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 진 책이 「내 주님 걸으신 그 길」이다. 다메섹에서 겟세마네, 십자가의 길과 세상 모든 곳으로 이어지는 무덤에서 나오는 네 가지 길을 안내하며 여행을 마친다. 순례여행은 이 네 가지 길 중에서 한 곳을 택해 나오며 끝이 나지만, 마음속에서는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완전한 세상을 향해 새로운 순례를 시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직접 순례를 떠나진 못했지만, 순례자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또한 현재 성지순례지에서 저자가 느낀 시대의 아픔 역시 짐작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닥치게 되는 모든 순간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순례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며 새롭게 주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어내신 일이 세계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례를 행하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더불어 내가 거주하는 곳부터 세상 모든 곳이 성지가 될 수 있는 그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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