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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미소의 비밀 ㅣ 즐거운 동화 여행 14
한예찬 지음, 윤문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열한 살 미소의 비밀」을 읽어보고자 했던 것은 제목에서 풍기는 풋풋함 때문이었다. 내 ‘열한 살’ 시절은 거의 기억나는 게 없지만, 내 마음의 속도와 정반대로 빠르게 자라는 딸아이를 생각하며 요즘 아이들의 열한 살을 살짝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 예상과는 달리 주인공 미소를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제는 ‘성’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총각 선생님조차 짝사랑 해보지 않은 나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이성에 대한 호감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한다. 왜 좋으냐고 물으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기가 일쑤여서 그냥 웃고 넘어가지만, 발육상태가 좋은 요즘 초등학생 아이들의 경우, 단순히 웃고 지나가기엔 너무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다.
주인공 미소는 수학 학원에서 만난 남자친구 찬희를 좋아하게 된다. 찬희를 좋아하면서 미소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관심 없어하던 수학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은 참 좋은데, 문제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쓸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손도 잡아 보고 싶고 안아도 보고 싶은 야릇한 감정. 새롭게 알게 된 감정에 대해 여섯 살이나 차이 나는 사촌언니에게 ‘사춘기와 성’에 대해 상담을 받으며 사춘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안심하게 된다.
미소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과 학원 친구, 그리고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통해 ‘아기씨 데이트’에 따르는 책임과 기쁨, 동성애, 야한 동영상이 주는 폐해, 순진한 아이들을 상대로 벌이는 성범죄 등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발육과 함께 인지능력도 함께 발달한 요즘 아이들에게 정확한 성 지식을 전달해주며‘성’은 하느님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불행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미소와 엄마가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나누는 대화내용은 올 봄에 추적 60분에서 방영된 ‘스쿨존이 위험하다-아동 유인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듯하다. 텔레비전 방송 내용은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제 상황을 재연한 드라마를 통해 순진하고 힘없는 어린이를 노리는 범죄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동화의 대상 연령은 주인공의 나이와 엇비슷하다던데, 직접 읽어보니 열한 살이 읽기엔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겼었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서도 집단으로 한 아이를 성폭행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정말 권하고 싶지 않지만 꼭 필요한 지식이기에 읽힐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날이 갈수록 점점 진화되는 범죄현장 속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