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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세상 요리를 모두 맛본 301호의 외로움은 인육에게까지 미친다. 그래서 바싹 마른 302호를 잡아 스플레를 해 먹는다. 물론 외로움에 지친 302호는 쾌히 301호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외로움이 모두 끝난 것일까? 아직도 301호는 외롭다. 그러므로 301호의 피와 살이 된 302호도 여전히 외롭다.] - 장정일님의 ‘요리사와 단식가’중에서.
천재적인 미각을 타고난 요리평론가와 그릇된 신앙심을 지닌 천주교 사제가 만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바로「금단의 팬더」이다. 대나무 잎만 먹고 사는 귀여움의 대명사 팬더가 고기를 먹기 위한 송곳니를 계속 지니고 있는 까닭은 아주 먼 옛날, 육식을 하던 팬더가 느린 몸으로 충분히 사냥감을 확보하지 못해 동족을 먹어 신의 노여움을 사고 그 벌로 본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미스터리&엔터테인먼트 작가의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하는 문학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 뽑힌 타쿠미 츠카사의 작품인 「금단의 팬더」는 사회 통념상 금기시하는 부분을 요리와 미식이라는 도구와 매치시켜 군침 도는 미스터리 소설로 완성시켰다. 아마도 저자가 10년 넘게 요식업에 종사한 이력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생생한 요리 소설을 쓸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젊은 나이에 작지만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자신의 가게를 가진 주인공 요리사 코다. 아내(아야카)의 절친한 연하의 친구 미사의 결혼식에 갔다가 피로연장에서 신의 경지에 오른 요리 맛을 보게 된다. 어린 나이지만 성실하고 믿음직스런 미사의 남편(다카시)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두운 아버지와 독살스런 어머니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결혼식 이후 벌어진 살인사건과 의문의 실종이 연이어 일어나며 본의 아니게 코다도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세상에 있는 모든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더 이상 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자, 금단의 영역인 인육을 맛보고자 하는 욕망이 커져 급기야 인육을 요리하게 된 구역질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등장인물들의 정감 있는 사투리가 양념처럼 맛깔나고,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도 깔끔해 읽는 재미가 더하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을 빼앗는 것 까지는 이해 할 수 있어도 입의 즐거움을 위해 그 생명을 희롱해 가며 먹는 인간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넘지 말아야 할 금단의 구역에 발을 내딛었을 때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은 아직도 꺼지지 않는 ‘촛불시위’로 이어진다. ‘인간은 살기 위해 먹어야지 미각을 즐겁게 하려고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간디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가? 책 말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코다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제부터는 미래를 생각하자.’하고 장을 보는 장면이 있다. ‘그것’과 어울릴 최고급 레드와인을 사 와 군침을 흘리며 범죄현장에서 슬쩍해온 인육 페이스트에 스푼을 찔러 넣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맛에 민감하고 새로운 재료에 요리사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이 생긴 코다인지, 천재적인 미각을 물려받은 다카시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이해할 수 없게 쓰여 졌다. 와인을 사 와서 군침을 흘리는 데까지만 보면 코다가 분명한 것 같은데, 책의 마지막 두 줄은 ‘은색으로 빛나는 큼직한 스푼을 손에 쥐고, 기노시타 다카시는 갈색 페이스트 중심에 그것을 찔러 넣었다.’로 되어 있다. 번역의 실수인지, 읽는 내가 소화를 못시키는 건지 알 수 없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될까? 작가 아니면 번역가, 그도 아니면 출판사?